[이슈분석]쌍용차 살려야 하나…전문가들 "자금 지원해도 미래 경쟁력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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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 논리로 보면 지원해선 안 됩니다.”(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근본적 전략 혁신을 전제로 자생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최웅철 국민대 교수)

쌍용자동차가 13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의 늪에 탈출하지 못하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저 손을 들었다. 정부가 마련할 기간산업안정기금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수천명의 일자리가 달린 것은 부담이지만 일시적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제기된다.

생사기로에 선 쌍용차의 문제점과 회생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할까. 전자신문이 오랜 기간 자동차 산업 현장을 경험한 대학교수와 연구위원 4인에게 쌍용차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이대로 가면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먼저 생산성 강화와 미래차 대비 등 지속 가능 경영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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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쌍용차는 왜 시장 경쟁에서 밀렸나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쌍용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그동안 차량 가격 상승보다 인건비 상승 폭이 너무 높았고,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면서 “먼저 생산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차량을 팔수록 회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웅철 교수는 지속적 연구개발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쌍용차가 과거 실패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 크라이슬러를 닮았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크라이슬러는 신선한 디자인의 제품 개발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력 부재와 품질 문제로 짧은 기간 내 소비자들의 호감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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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차 부재를 꼽았다.

이 위원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특화했음에도 최근 코로나19로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크게 줄었다”면서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니 소비자들이 구매를 회피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렉스턴이나 체어맨 등 고가 고급차에서 티볼리 등 중저가 대중차로 방향을 전환한 점이 수익성 악화 계기가 된 것으로 봤다.

박철완 교수는 “과거 쌍용차 제품군은 타사보다 선호도가 높고 수익성이 높은 쪽에 집중됐다”면서 “그러나 소형 SUV 등 중저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경쟁사가 나란히 비슷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쌍용차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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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래차 시대, 쌍용차는 생존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를 앞둔 쌍용차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이항구 위원은 “중국과 유럽 환경 규제가 벌써 시작됐다”면서 “쌍용차가 전기차를 내놓는다고 해도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유럽에서만 200개가 넘는 전기차가 나오는데 1~2종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철완 교수는 “자동차 시장 기술 트렌드가 급변할 때 쌍용차가 따라가지 못 했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마당에 쌍용차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면서 플랫폼 없이는 시장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우 교수는 “현대차와 테슬라, 닛산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이는 곧 비용”이라면서 “쌍용차가 기존 차량을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 순 있지만,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웅철 교수는 “참신한 디자인과 아이디어 개발에 더 집중해 전기차를 설계한다면 기술 격차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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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쌍용차, 자금 지원해서라도 살려야 할까

박철완 교수는 “쌍용차 미래는 대주주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면서 정부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은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우명호 교수는 “쌍용차의 강점은 분명하지만,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 등 (회사의) 노동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데 회사 문제를 정부가 쉽게 관여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위원은 기아차와 한국지엠 등 과거 사례를 들며 정부는 항상 자동차 업체를 살려왔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쌍용차에 대한 부정 전망이 있었으나 마힌드라 인수 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자동차 산업 정책이 부재하다. 2003년 자동차 종합 대책을 만든 게 마지막”이라면서 “쌍용차뿐 아니라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도 이런 문제가 터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업계 발전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웅철 교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소모적 생산과 판매를 지속한다면 쌍용차에 대한 지원은 의미가 없다”면서 “근본적 전략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쌍용차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중소기업과 손잡고 전기차 분야에 집중해 태동기인 전기차 분야로 특화해 나가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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