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거짓말쟁이의 대명사, 피노키오

며칠 전,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사이버 외교관 역할을 담당한다는 민간단체 '반크 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페이스북에 코가 길어진 일본 아베 총리의 사진과 함께 열 가지의 언어로 제작된 포스터가 개제되어 이슈가 되고 있다. 해당 포스터는 강제징용의 본거지였던 군함도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아베 총리를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에 비유하며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자 제작되었다고 한다.

반크의 이 포스터는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며 일본 정부가 군함도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데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피노키오'라는 캐릭터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덕분이라 여겨진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후와 환경 그리고 각 나라가 위치한 대륙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특정 문화에 대한 세계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알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의 경우에도 사투리라고 불리는 방언이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척이나 작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만 해도 지역별 사투리가 존재하고 있기에 피노키오 이야기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1883년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고 도서의 형태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조되거나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1년 개봉작 'A.I.' 역시도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하였으며 영화계에서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중 두 번째였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BGM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OST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무척 유명한 일화이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이제는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과거에 제작했던 장편 애니메이션 중 관객들에게 가장 높은 만족도를 선사한 작품 역시도 '피노키오'로 꼽히고 있다. 1940년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피노키오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하는 할아버지뻘의 작품이지만 엄청난 인기와 함께 수차례 재개봉 되었고 앞서 이야기했던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피노키오'의 원작과 재해석 작품들을 총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

2020년 6월 26일인 오늘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시작되는 전시 'My Dear 피노키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피노키오의 희귀 원작 도서뿐 아니라 아동 문학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필두로 하는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진 유명 작가들의 관련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전시이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로베르토 인노첸티, 앤서니 브라운, 제럴드 맥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이 오마주한 원작 피노키오의 고전이 가진 견고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예술 전시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전시로 관람객과 더불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기적인 구성과 섹션들로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더하여 국내의 전시 트렌드에 발맞추어 단순히 원화 작품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체험형 전시로 공간이 채워졌으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실제 피노키오의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곳곳에 재미있고 환상적인 요소들과 오브제를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나 어린이 관객들의 눈높이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한 작품들의 배치와 동선이 돋보였고 전시장의 중심에 위치한 아틀리에에서는 수준급의 창의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여 기대가 된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피노키오 전시의 창의예술 프로그램은 다른 전시에서처럼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연령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로봇 피노키오 워크숍도 마련되어 있고 중고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세계적 창의예술가 '에르베 튈레'의 사운드 워크숍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장에서 이와 같은 창의예술 프로그램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다각도로 재해석이 가능한 캐릭터 피노키오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한다.

◇ 'My Dear 피노키오' 전시. 누가? 왜? 보아야 할까?

올해 초부터 시작되어 최근에는 전 세계 하루 확진자 수가 십만여 명을 훌쩍 뛰어넘고 사망자 역시도 하루 수백여 명이 발생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종전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추세이기에 사회생활을 완전히 금지하거나 일상적인 부분에 제약을 두는 것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많은 이들이 감염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쉽사리 종식되지 않을 것 같은 현 상황에서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분에서의 고충이 수반되어 더욱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불가능하기에 작금의 시국은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그렇기에 유흥이나 향락을 추구하는 형태의 스트레스 해소보다는 건전한 형태의 문화생활 등을 통한 활동이 중요한 시기라고 느껴지는 바이다.

실제로 전시의 개막 전날 있었던 개막식 축사에서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은 간절한 목소리로 공간의 안정성에 대해 강조했고 좋은 전시인 만큼 가능한 많은 이들이 관람하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지금의 시국을 겪고 있는 우리는 한 번쯤 나보다 더 어린 세대들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값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학생들, 등교마저도 불안한데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만나야 하는 청소년들, 종전의 자유로운 일상과는 다른 현실을 이유조차 모르는 채 받아들여야 하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더 아프고 힘들지 않을까 한다.

물론 어르신들의 고충 역시 가볍다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살아온 시간이나 경험이 더 적은 어린 세대들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 낸다는 것은 어른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발현된 것일 뿐이다.

Photo Image
<전시 'My Dear 피노키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나무로 만들어진 제페토 할아버지의 피노키오는 전 세계인에게 '거짓말쟁이'의 대명사 격으로 취급되지만 피노키오라는 캐릭터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피노키오는 이야기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 명의 사회적 구성원인 '사람'이 된다. 선과 악 그리고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의 주인공인 피노키오가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치를 토대로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자연스레 깨달음을 준다는 고전은 오늘날의 어려움을 함께하고 있는 모두에게 간접적이나마 희망을 가지게 할 것이라 추측한다.

모두가 힘들고 괴로운 요즈음 정서적 환기를 위해 가족과 함께 'My Dear 피노키오'전시를 관람하면서 인류와 세대를 초월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피노키오의 모험에 동참해 보는 것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마음 맞는 또래 친구나 연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여타의 다른 여가생활보다는 ​개인의 위생을 철저하게 신경 쓰면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에도 안성맞춤인 문화생활을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