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치료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인 덱사메타손이 첫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급부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했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덱사메타손을 투약하지 않은 4000명 환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투약군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40%에서 28%로,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5%에서 20%로 감소했다.
다만, 상태가 악화해 산소호흡기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약은 한 정(알) 가격이 국내 기준으로 약 17원에 불과해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제 후보 약물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치료제로 인정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가 임상을 마치고 공식 출시되기 이전까지 상당 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덱타메타손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덱사메타손처럼 개발된 의약품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는 연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물재창출'로 불리는 이 연구는 출시된 약물이 다른 질병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지를 검증하는 게 핵심이다.
허가받고 사용되는 다른 용도 약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임상 등 안정성 검증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임상사례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에 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선 종근당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약은 세포 수준에서 코로나19에 탁월한 항바이러스 효능이 확인됐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3000여종 물질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을 탐색해오다 나파벨탄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렘데시비르에 비해 사람 폐 세포 실험에서 수백 배 이상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을 받은 약품이다.
동화약품은 후보물질 'DW2008'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DW2008은 당초 천식치료제로 개발됐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수행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 스크리닝 결과, DW2008은 세포실험에서 앞서 치료 효과제 후보로 등장한 렘데시비르 대비 3.8배, '클로로퀸' 대비 1.7배, '칼레트라' 대비 4.7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물론 넘어야 산이 많다. 이들 후보 약물이 최종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선 임상을 통한 정확한 데이터와 논문 게재가 이뤄져야 한다. 덱사메타손만 하더라도 면역력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따르는 실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덱사메타손이) 염증 반응을 줄여줄 수 있지만, 면역을 같이 떨어트려서 다른 부작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코로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보다 염증 반응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쓰는 약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