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에 밀리고...코로나에 치이고...오락실이 사라진다

유명 게임장 폐업·업종전환 줄이어
게임 인기 하락에 중고기기 가격 뚝
업계 "티켓 리뎀션이 유일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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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개장한 정인게임장이 지난 15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국내 아케이드 영업장(게임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게임산업 중심축이 PC와 모바일로 넘어간 상황에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예고한 티켓 리뎀션 도입에 일말의 기대를 걸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량진 정인게임장을 비롯해 대림 그린게임랜드, 까치산 게임빌리지 등 게이머 사이에 이름 난 게임장이 연속 폐업했다. 최근 2년 새 30곳이 넘는 게임장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게임이 비대면 산업으로 주목받지만 이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매출효자 게임 인기가 하락했고 이에 따라 중고기기 가격이 급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막타'를 쳤다.

게임장 매출은 철권, 리듬게임, 인형뽑기, 코인노래방이 책임졌다. 바다이야기 이후 중흥을 이끌었던 축이 무너지며 수입이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2018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매출 감소세는 점차 빨라진다.

철권은 매출 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충성층이 많아 '밤샘게임' 이벤트를 통해 일정 시간 대여하는 사업모델도 생겨났다. 하지만 철권이 PC, 콘솔 등 집에서 즐기는 게임으로 변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1500만원에 육박하는 기기 1대 가격과 400만원 내외 업데이트 비용, 판당 로열티 등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손님마저 줄었다. 중고가 400만원 이하 수준에 거래될 정도로 기기 유지를 포기한 곳이 속출했다. 리듬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기계 가격, 네트워크 연결비용, 로열티 등 삼중 과금에 시달리다 사업장을 폐쇄했다.

인형뽑기 이후 대세로 자리 잡은 코인노래방은 적게는 30%, 많게는 60%까지 오락실 매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주요 전파지로 지목되며 발길이 끊겼다.

대형 영화관과 연계해 영업하는 게임장도 영화관과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한 CGV 근처 오락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 수준을 기록 중이다.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큐브존은 이달 1일부터 리뉴얼로 인한 휴장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중소·대형 게임장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게임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에는 브리즈 건대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브리즈는 와이제이엠게임즈와 주연테크가 합작해 만든 VR게임 전용카페다.

VR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콘텐츠 경쟁력과 모호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자가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4월에는 강남 VR방에서 하루 매출 0원인 곳도 발생할 정도였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20% 수준”이라며 “중고기기 가격이 무너져 폐업할 수도, 그렇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케이드 업계는 정부가 단계적 허용을 추진하는 티켓 리뎀션 도입에 희망을 걸고 있다. 티켓 리뎀션은 점수에 따라 티켓이 나오고 이를 선물과 교환할 수 있는 결과물 저장, 보상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만 국내에서는 바다이야기 이후 금지됐다.

게임장은 티켓을 매개로 생활·문화상품을 유통하며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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