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존재감 넘치는 '디지털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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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동공, 솜털, 잔주름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사진은 프로젝트M 캐릭터

#만해 한용운의 첫 키스 추억은 날카로웠고 성수동에 거주하는 임인수의 첫 키스는 액정 맛이었다. 그러던 그가 최근 2D 사랑을 그만뒀다. 똑같이 액정 속에 있지만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디지털 휴먼에 마음을 빼앗긴 까닭이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캐릭터에 설레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낀다.

#김병권 씨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밤에는 은빛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딴 여고생이 된다. 버추얼 영상 채널을 운영하는 연유에서다. 모션, 페이스 캡처 기술을 이용한 스트리밍을 진행한다. 본인이 캐릭터인지 캐릭터가 본인이지 물아일체 경지에서 게임 콘텐츠를 즐긴다.

디지털 휴먼 관심이 높아진다. 디지털 휴먼은 디지털로 창조한 실사에 가까운 아바타를 뜻한다. 컴퓨터 그래픽스(CG)에서 가장 높은 수준 기술이 필요하다.

3D 기술을 통해 머리카락부터 땀구멍까지 정교하게 캐릭터를 구성한다. 흔히 가상 인물이라고 하면 조악한 그래픽과 어설픈 표정을 떠올리기 쉽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피부, 동공, 솜털, 잔주름까지 몸 전체 부위를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딥 러닝과 결합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

디지털 휴먼은 영화, 게임,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 활용할 수 있다. 뉴미디어에서 새로운 콘텐츠로서 수요가 늘어한다.

디지털 휴먼은 게임엔진이 선도 도입했다. 그래픽 처리 능력을 과시할 목적에서다. 실제 사람과 유사한 존재를 볼 때 생기는 불편한 느낌인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엔진으로 제작한 디지털 휴먼 '빈센트'를 선보였다. 제작은 국내기업인 자이언트스텝이 맡았다. 극사실 표현 포토리얼리스틱 기법으로 머리카락 찰랑거림까지 실시간으로 구현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유니티 엔진은 '수아'를 만들어냈다. 유니티코리아는 수아를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유니티짱'을 잇는다. 수아는 3D스캔이 아닌 직접 뼈대를 세우는 스컬핑으로 구현됐다.

상호작용성과 경우의 수가 많은 게임에서는 고품질 그래픽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강화한다.

'헬블레이드:세누아의 희생'은 페이셜캡쳐를 동원, 캐릭터에 표정을 삽입했다. 이를 적극 활용한 감정전달로 호평을 받았다. 국내업체 이브이알스튜디오가 제작한 '프로젝트M' 여주인공 하나와 이비는 감성적 교감을 통해 뭇 남성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게임 제작 외에도 활용범위가 넓어진다. 스마일게이트는 VR게임 '포커스 온 유' 히로인 한유아를 현실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버추얼 인플루언서(VI)를 비롯해 모델, 가수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래픽을 대폭 개선했다.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을 시작으로 하츠네 미쿠 류 보컬로이드를 거쳐 펼쳐진 VI 시대에 대응한다. 다양한 사업 가능성이 열린다. VI만 존재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이 생길 정도다. 맥큐뭅, 알간지, 대월향 같은 VI는 10만명 이상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관계자는 “최신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신사업 분야를 발굴한다”며 “게임에서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IP 무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선도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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