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얼마 전 중국산 인형제품에서 발암물질과 프탈레이트가소제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기사를 봤다. 인형은 어린이들이 주 사용층인만큼 안전한 재질로 만들어져야 하고 유해물질 안전기준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에는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액체괴물'에서 유해물질이 계속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제품 관련 소비자 피해는 단순히 경제 피해로 그치기도 하지만 결함상품이나 유해상품은 소비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기도 한다. 특히 가전제품 화재, 유아용 제품에서의 발암성 물질 검출, 휴대폰 배터리 발화, 어린이 장난감 사용 중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 등 크게 사회 이슈화된 제품안전 문제도 있었다. 국가 및 국제 차원에서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제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반면에 제품 안전사고 피해 사례는 소비자가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생산 공정이 분화되고 유통 과정이 복잡해진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어느 단계에서나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고도의 기술 공정으로 생산된 제품의 경우 피해 원인을 발견하기란 더 어렵다. 게다가 시장 개방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수입상품 문제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 거래에 따른 불량제품 구매 후 피해구제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일부 생산자들은 제품화에 급급해 제품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하기도 한다. 최근 융·복합 및 신기술 활용 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업자가 제품 안전성이나 품질 향상보다 경제 효율성을 우선하게 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제품 개발·설계·제조 과정에서 잘못이 있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그리고 제품 자체에는 결함이 없지만 주의 사항과 같은 표시 안내가 빠져 있거나 불충분해서 소비자가 위해를 당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이러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한편 사용자의 부주의나 잘못도 사고 발생 요인의 하나다. 제조자가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고 경고 표시를 제대로 했다 해도 소비자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위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을 안전 사용하게 하는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소비자 피해 예방과 해결을 위해 다양한 소비자 정책을 도입해 왔다. 1980년 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여러 거래 관련 법령이 먼저 도입됐다. 제품안전 정책으로는 2002년 제조물책임법을 시행했다. 특히 2011년부터 제품안전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다양한 품목의 안전 기준과 인증제도 도입, 리콜제도의 실효성 확보, 위해 제품으로 인한 사고의 사전 방지 시스템 마련, 소비자에게 유효한 위해 정보 제공 등 제품안전 종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제품의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직 하기 어렵다. 상품 거래량이 급증하고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사전 안전 조치의 효율성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에서도 안전을 위한 사후관리에 초점을 두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정보수집 체계를 강화하고 수집된 정보가 품질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품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지속 노력과 기술 변화를 반영한 기준 정비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위해 제품에 대한 시장 감시 등 사후 안전관리와 위해 제품에 대한 정보 공유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복잡 다변화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제품 안전관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품안전 정책은 더욱더 소비자 지향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품 안전은 국가 차원의 제도 노력, 사업자의 적극 참여와 더불어 소비자의 안전인식 제고를 통해 확보될 수 있다. 환경 변화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고 제품 안전을 위한 사전 방지와 사후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는 체계화된 제품안전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최근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규제 개혁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제품 안전은 규제 관점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관련된 기본 가치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 eyoung12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