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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는 10일 특별 연설에서 뉴딜을 언급하며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라며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요약하면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 등 세 갈래로 진행한다. 10대 중점 과제도 제시했다. 데이터 수집 활용 확대, 5세대(5G) 인프라 조기 확대, 전 산업으로 융합 확산, 비대면 서비스 기반 조성, 클라우드와 사이버 안전망 강화 등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는 “기존 토목사업 위주의 뉴딜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기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진행해 왔던 정보화 정책의 재탕이라는 지적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디지털'에 방점을 찍었지만 내용도 모호하고 공허해 자칫 '무늬만' 디지털 뉴딜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은 물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뉴딜의 목표는 하나다. 침체된 경제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이다.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전후방 효과가 큰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해 소비를 살리고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뉴딜 방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뉴딜의 기원은 미국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슬로건으로 뉴딜을 약속하면서 '뉴딜의 대명사'처럼 굳어졌다. 당시 뉴딜 정책 목적은 '3R'이었다. 빈곤층 구제(Relief), 경기 회복(Recovery), 시장 개혁(Reform)이었다. 이를 본떠 진행한 90년대 일본판 뉴딜은 건설과 토목 공사 중심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판 뉴딜은 당연히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자칫 기존 뉴딜을 따라하는 형태라면 경기 부양이라는 근본 목적조차 달성하기 힘들다. 뉴딜이라는 일자리 프로젝트, 과감한 재정 투입이라는 방법은 같을지 몰라도 방향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설픈 흉내에 그친다면 말잔치로 끝나기 십상이다.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새로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판 뉴딜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조건은 '기업 의지'다. 뉴딜의 목적은 경기 부양이고 이는 결국 일자리로 이어진다. 일자리는 일거리에서 나온다. 기업과 쉼 없는 호흡이 중요하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과 운동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둘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반짝 일자리, 일회성 지원이라면 의미가 없다. 깨진 독에 물 붓는 형태가 아닌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경제와 산업구조를 재설계한다는 차원에서 뉴딜을 바라봐야 한다.


세 조건을 만족하는 교집합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성장한계에 직면한 기존 산업을 디지털로 대전환한다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제조, 금융, 유통, 의료 등 전통 분야를 디지털 기반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청사진과 맞물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반 기술과 적응력이 뛰어난 산업생태계를 확인했다. 한국판 뉴딜은 산업지형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뉴딜'이 한국판 뉴딜을 위한 성공 조건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