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4>스타트업 팀워크에 중요한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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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스타트업의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공정함이 더욱 중요해졌다.

흔히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 성향이 높은 사람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직원을 독려하거나 공동 창업자를 독려하기 위해 나중에 높은 수익을 당근 삼아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점차 공정성에 대한 가치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추세다. 특히 창업 초기 공동창업자간의 불화 내지 직원의 갑작스런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해진 상황이다.

공정성에 대한 반응이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실험(Ultimatum Game)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가 1982년 고안한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버전으로 변경돼 활용되고 있다.

실험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험 참가자에게 일정한 액수의 돈을 주고 그 참가자가 그 중 원하는 만큼을 다른 참가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이때 참가자는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상대에게 돈을 전부 줄 수도 있고 한 푼도 주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일부를 주고 나머지를 자신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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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익명의 상대가 당신이 제공한 돈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당신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얻지 못한다. 반면에 상대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둘 다 자기 몫의 돈을 가질 수 있다. 거래는 단 한 번뿐이다. 이런 게임에서 당신은 얼마를 제안할 것인가?

사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상대방에게 가능한 한 작은 액수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눠 줄 수 있는 가장 작은 화폐 단위가 1000원이면 1000원만 주고, 만원 단위면 1만원만 주는 것이다. 완벽하게 합리성만을 고려하면 이렇게 최저 금액을 제안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받는 사람 역시 아무것도 못 받느니 다만 얼마라도 받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전혀 다르다. 누구도 그렇게 적은 액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도 그렇게 작은 액수를 제안하지 않는다. 베르너 귀스가 초기에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가 제안한 금액의 평균은 30%를 약간 상회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제안을 받은 참가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다. 이들이 나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이익 말고 또 다른 기준으로 제시한 금액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공정성이다. 제안자가 내게 10달러 중 2달러를 제시한다면, 상대가 8달러를 가질 것을 알면서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대부분은 파렴치한 제안자가 나보다 많은 것을 얻도록 놓아두느니 차라리 양쪽 다 망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것이 이 의사결정 실험의 결과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선 공정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대방도 일정 부분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공정함'에 대한 지나친 결벽증 때문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는 듯한 발언과 태도가 아직까지 만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베르너 귀스의 실험 결과가 입증하듯이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인간 고유의 본성이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도 결코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인간 고유의 특성에 뒤늦게 부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높은 성장률로 주변에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나에게도 적지 않은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이를 묵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진전과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함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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