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세계에서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값싼 인공호흡기 개발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에서 저렴하고 간단하게 생산 가능한 '간이 인공호흡기'가 개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성웅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2016년 개발한 앰부백(ambu bag)을 이용한 간단한 '간이 인공호흡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기관이나 나라가 있으면 기본적인 제작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심폐소생술에 사용되는 간단한 공기 주입 기구인 '앰부백'에 기계장치로 압력을 가해 공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 인공호흡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환기보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모터와 타이머 등 간단한 기계장치만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제작할 수 있고 제작 비용도 10~2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개발자인 강성웅 교수는 “앰부백에 간단한 기계장치를 연결해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호흡을 장기간 보조해 줄 수 있다”면서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제조시설만으로도 최소한의 인공호흡기 기능을 대신할 수 있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 개념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인공호흡기는 폐렴을 비롯한 중증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의료장비다. 그러나 개당 30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물론 절대적인 수량 부족으로 코로나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MIT가 지난 26일(현지시간) 100달러로 생산이 가능한 인공호흡기 설계 디자인을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값싼 인공호흡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강 교수가 개발한 이 장치는 원래 스스로 숨쉬기 힘든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자가 경제적인 문제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고안됐다.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은 폐를 움직이는 근육을 포함한 전신 근육이 무력해지는 병으로 치료에 인공호흡기가 필수지만 가격이 비싸 저개발국가 환자는 치료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강성웅 교수는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 경제적인 문제로 포기하는 환자가 많아 이들을 돕기 위해 '간이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간이 인공호흡기를 효과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펀드레이징과 NGO와의 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