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유통과 소비는 물론 강의·업무·전시·주주총회와 채용까지 온라인으로 큰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의료 분야만큼은 우수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혁신이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화진료가 한시 허용되면서 원격진료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됐지만 발전을 위한 대화 시작조차 어려워 보인다.

많은 의료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가 당장 전면 허용되더라도 쉽게 활성화되기는 어렵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근거는 첫째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 접근성이고, 둘째 많은 환자가 여전히 대면진료를 원하며, 셋째 원격진료가 가능한 범위도 한정된다는 점이며, 넷째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낮은 수가를 고려할 때 원격진료를 위한 시설 투자에 소극으로 임할 가능성이 짙고, 마지막으로 의약품 배송이 함께 허용되지 않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혁신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분야에서 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당뇨·심장질환 환자가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혈압, 혈당, 심전도 등 데이터를 병원에 전송하면 의료인이 이를 원격 모니터링해서 피드백을 해 주고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조치할 수 있다.

당연히 자가 모니터링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해지게 된다. 24시간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과 보안·인증 기술,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데이터는 새로운 자원이 된다. 구글, 애플,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헬스케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막대한 투자를 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언제까지 문을 꼭꼭 닫고 기반을 갖추지 않는다면 미래 '언택트 의료' 시대에 해외의 거대 헬스케어 업체와 IT 업체에 주도권 및 데이터를 모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