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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때문에 카메라 시장 영향이 있죠? 어렵지 않나요?”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받는 질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인한 카메라 수요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카메라 시장 규모 축소가 비단 스마트폰 때문이겠는가.

사진 찍기가 취미인 어떤 고객의 관심사가 드론 띄우기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고객이 한정된 예산으로 카메라 대신 드론을 구매한다면 드론과 카메라를 경쟁 관계로 볼 수 있을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쟁 관계를 “우리의 경쟁 상대는 사람들의 수면시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미치도록 보고 싶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영화를 본다는 이유다. 이렇듯 경쟁의 스펙트럼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쟁의 고전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어떤 산업 분야를 구분 짓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과거 경쟁 대상으로 여기던 상대는 더이상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상상하지 못한 대상이 지금 우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적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요즘은 사진을 찍고 찍히는 현상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이 곧 일상화됐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연인과의 데이트 등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항상 사진을 찍거나 찍힐 준비가 돼 있다. 그것이 카메라든 스마트폰이든 상관없다. 단지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마음에만 집중한다. 더 좋은 사진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될 테니까.

카메라 판매자 입장에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현 상황을 막아 낼 방안은 없다. 이러한 시장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되거나 개선될지 여부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다른 해법을 찾아가고 싶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카메라를 선택할까' '카메라는 왜 존재하는가' '카메라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

의심의 여지 없이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도구다. 사진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한다. 결국 카메라의 존재 이유, 즉 카메라의 본질은 '사진'이다.

사진이라는 카메라 본질의 토대 위에서 어떠한 가치를 심을 것인가. 과연 카메라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카메라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면 그것이 카메라를 선택해야 하는 고객의 이유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가 태어나고, 학교에 입학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의 취미를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한다. 가끔은 철 지난 사진을 꺼내 추억을 회상한다. 인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다가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것이 카메라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로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한다면 불편과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사진을 찍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카메라를 통해 느끼는 셔터를 누르는 행복, 조리개 링을 돌리는 다이얼의 느낌, 피사체를 잡아내기 위한 모터의 작은 움직임과 떨림이 가져다주는 '찍는 즐거움'은 스마트폰이 줄 수 없다. 만약 불편과 수고로부터 얻게 되는 행복의 크기가 비례한다면 그 수고를 기꺼이 감내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제공하려는 카메라의 가치가 고객 삶의 작은 변화와 행복 등 긍정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카메라 시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 믿는다.

'고객 삶의 작은 변화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자.'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다.

임훈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사장 hun.lim@fuji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