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멈춰 세웠다.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이후에도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험 지역은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일로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위험도를 훌쩍 넘어섰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국가 위기 상황이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으로도 우려가 커졌다.

모든 조직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대비를 충분히 했다 해도 다른 방향에서 닥치는 위험은 새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위기 자체를 회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하는 일이다. 경험을 축적해서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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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상황 판단과 지도자의 결단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위기관리 리더십이다.

모두가 우왕좌왕해서는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결정권자의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엄정해야 한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코로나를 극복하자” 같은 말보다는 “미성년자와 노약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반드시 사용하자” “불필요한 이동은 최소화한다' 류의 직설화법이 낫다.

꼭 위기 때만 해당하진 않는다. 정치 지도자나 최고경영자(CEO)의 지시는 임무를 정확히 직시하고 목표를 구체화할 때 효과적이다.

따라가며 막지 말고, 넉넉히 앞에서 장벽을 쳐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벌어진 문제의 뒷수습만 하다가 일이 더 커질 때가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초기 대응부터 큰 장벽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위기관리에 드는 비용이나 기회 손실을 생각하다 보면 사태를 키울 수 있다. 위기관리는 조금은 지나치다 싶게 대응하는 게 최선일 때가 많다.

새로운 위험에선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은 결단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근거 없이 낙관론을 내놓은 면이 없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에서 한 달 전부터 일곱 차례나 중국인 입국 차단을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반복된 위험이라면 행정가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에선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위기를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경계하자. 위기를 상대방 공격 수단으로 삼거나 자기 입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최악수다. 위기 탈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4월 총선과 연계해 쇼잉과 정쟁만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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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맞닥뜨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단 닥쳤다면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수업료'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뜻을 모아야 한다. 잘잘못은 이후 따져 봐도 늦지 않다.


추후 반등을 위한 대비도 누군가는 미리 구상해야 한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서 사회 시스템을 빠르게 회복시키려면 사전 준비는 필수다. 무너진 경제·산업계의 생태계 복원과 상처받은 구성원들의 정서까지 손볼 곳이 많다. 자연스러운 복원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다. 리바운드할 전략까지 미리 확보해야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