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사랑, 연극 ‘환상동화’ 배우 송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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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스토리피

송광일 배우는 천생 배우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무대와 관객석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무대에서 잘 노는 구나’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재기발랄하고 무대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고 맡은 캐릭터마다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이게 송광일 배우의 힘이고 무대에서의 존재감이다. 작은 체구지만, 인류의 거대한 사랑을 전하는 ‘사랑광대’로서의 송광일 배우를 만났다.
 
마냥 연기를 즐길 것만 같았던 그에게 그토록 진지한 연기철학과 녹록치 않았던 슬럼프의 시기가 있으리라곤 느끼지 못하리라. 오늘의 ‘배우 송광일’을 있게 한 그의 연기 인생을 들여다보려한다.

 
◇ 연극 ‘환상동화’에서 ‘사랑광대’가 주인공이 아니다
 
송광일은 연극 환상동화의 사랑광대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환상동화의 세 광대와 그들이 만들어 낸 인물 ‘한스’와 ‘마리’ 모두 주인공이라 말한다. 세 광대는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창조물인 한스와 마리를 사랑한다.

 
대학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동연 연출 연극 환상동화는 세 광대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서로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그들은 ‘사랑’, ‘전쟁’, ‘예술’ 광대는 그들의 가치를 녹여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송광일은 본질을 잊고, 자극적인 것만을 원하는 시대에 다시 자연, 인간, 생명존중과 같은 불변의 가치들을 생각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느꼈고 그런 시기에 이 대본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고 했다. 사랑스럽고 위로가 되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 한 인간으로서 한 배우로서 무대에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관객들도 그래서 이 작품을 더 사랑해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우 강하늘의 합류로 이 연극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송광일은 김동연 연출의 대본이 탄탄해서 누가 맡아도, 또 누가 연기해도, 사랑광대는 사랑스러울 수가 있다고 겸손한 마음을 내보였다.
 
또한 배우 강하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브라운관에서 인기 정상에 있는 배우가 무대를 잊지 않고 연습에도 충실히 나오는 모습이 본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극과 스크린, 브라운관 모두를 넘나드는 물꼬를 터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사랑광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관찰도 많이 하고 자신의 캐릭터에 녹여 송광일 표 ‘사랑광대’를 만들었다고 말이다. 천진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랑광대. 송광일의 현 모습이다.
 
◇ 무대에서 나이 드는 것이 기대된다
 
송광일은 코믹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마냥 유쾌한 배우인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진중하고 섬세한 면이 다분하다. 연기적 센스와 끼, 재치가 넘치지만, 본연은 탄탄한 연기적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이오네스크의 부조리극과 ‘보이체크’를 꼽았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는 ‘리어왕’와 ‘오셀로’를 거론하며, 이 작품들을 나이 50대에 꼭 해볼 수 있는 연륜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말한다. 그래서 그는 무대에서 나이가 드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매년 무대에 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라고 말이다.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일상들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도 한 가지 면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어떤 한 캐릭터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 자체가 다면체인데, 어떤 캐릭터를 맡는다고, 왜 그 캐릭터를 하나의 특징으로 설명하려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좀 더 현실을 닮았고 입체적이다.   

◇ ‘난쟁이들’에서 ‘환상동화’까지
 
어떤 배우에게 정체성이 있는 시그니처 캐릭터가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 고정적인 이미지를 깨어가면서 연기력을 넓혀가면 되니 말이다. 이번 ‘환상동화’ 이전에 ‘송광일’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아마 뮤지컬 ‘난쟁이들’일 것이다. 송광일은 ‘난쟁이들’에서 ‘왕자3’과 ‘마녀’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왕자3과 마녀 모두 송광일이 아니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찰떡배역이었다.
 
송광일은 자신의 캐릭터를 인지시켜준 뮤지컬 ‘난쟁이들’을 가장 고마운 작품으로 간직한다. 캐릭터를 만들 때 배우들은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살리되 캐릭터별로 태도만 바꾸는 스타일도 있고, 완전히 자기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하는 스타일도 있다.
 
송광일은 후자 스타일로 캐릭터에 몰입해 그 캐릭터가 되고자 노력한다. 연기, 목소리, 신체까지도 바꾼다. 무대에 오르면 송광일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만 살아 숨 쉰다. 리스크가 심하지만 그렇게 되고자 몰입하고 또 몰입한다. 그래서 ‘난쟁이들’에서의 쉰 목소리는 철저한 캐릭터화가 부른 노력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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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스토리피

◇ 생애의 축복, 배우라는 직업
 
송광일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게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 때 교회에서 성극을 많이 했는데, 매번 예수님을 하고 싶었지만, 사탄 역만을 맡았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던 그는 사탄 역을 사탄답게 연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봐줬다. 그는 무대에 서 있는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결심을 실천한다.
 
하지만 연기학교 도전은 쉽지 않았다. 워낙 선남선녀가 많이 지원을 하는 데다,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많은 뮤지컬이나 연극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배경지식이 풍부할리 없었다. 송광일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한국예종 진학 후, 음악창작과에서 좋은 연출, 선배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슬럼프 극복법을 차츰 터득해나갔다.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니까 오히려 자신의 스타일대로 막 나갈 수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신선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이기에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리프레쉬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무척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쉼 없이 달려온 그가 5개월 간 쉬면서 제주에서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과나 목표치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신의 삶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 목표에만 목매는 자신을 돌아볼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 인생의 멘토, ‘아버지’
 
송광일은 자신은 배우로서도 또 인간으로서도 매우 좋은 환경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 배경에는 부모님이 든든히 계셔주셨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송광일이 하고 싶다고 한 일에 대해서 반대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송광일이 말하는 좋은 환경이란 엘리트 집안의 금수저 환경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버지는 송광일이 어렸을 때 사업이 망해, 택시 운전사를 하면서 가족을 부양했다. 자신의 용돈을 몰래 아들 손에 쥐어주며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고 격려해주셨다. 송광일은 경제적으로 풍부한 환경에서 순탄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적극지지 속에서 꿈꾸던 배우가 될 수 있었다. 항상 송광일을 위해 기도해주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자’라는 함께 만든 좌우명을 실천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송광일은 그런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럽다.
 
아버지 외에도 그는 매번 좋은 선배, 좋은 연출님을 만나면서 슬럼프에 빠져도 일어날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송광일은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배역을 맡고 있기에 다른 배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더 힘든 환경 속에서 더 연기를 잘하고 더 갈망하는 배우들이 많다는 걸, 지금 누리고 있는 행운을 허투루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속이 깊은 진중한 배우로 매일매일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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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스토리피

◇ 천생 '사랑광대', 송광일
 

송광일은 배우가 안됐으면 동대문에서 옷을 팔거나 클럽 디제이를 했을 거라 말한다. 실제로 대학교 때 그는 그 직업들을 실제로 경험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음악도 좋아하는 그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자체가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은 만나는 공연마다 스태프가 무척 좋다고 행운아라고 밝게 웃었다. 이 또한 그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고, 잘 어울리는 성품 탓이 아닐까. 연극 ‘환상동화’에서도 대표님부터 시작해 연출님, 무대감독님, 모든 스태프가 다 좋다고, 가는 곳마다, 하는 작품마다 팀이 좋다면서 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리고 허물없이 지낸다.
 
그야말로 무대에서도, 무대 밖에서도, 사랑을 전파하는 ‘사랑광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극 ‘환상동화’를 통해 사랑을 전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관객 분들도 우리 작품을 통해 그런 충만한 느낌을 받고 가길 희망합니다. ‘환상동화’에서 한스가 마리에게 한 대사, ‘마리, 그 춤을 멈추지 말아요’처럼 저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컬처B팀 부소정 기자 (bloomb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