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주행 실증 사업 확대와 함께 자율협력주행을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고도화에 나섰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가 서로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도록 보안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정밀 도로 지도 구축 체계를 마련하는 등 자율협력주행에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한다.
그동안 정부 자율주행 지원 정책은 차량을 정밀 제어하고, V2X(차량과 차량·인프라와의 통신) 자율협력주행 체계 자체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각종 실증사업과 함께 보안과 통신규격 등 상용화를 위한 요소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연구개발과 실증사업 역시 인프라 강화가 중요한 이슈다.
◇가장 큰 이슈는 '보안'
올해 V2X 관련해 보안 사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스마트도로와 통신하면서 자율주행을 완성하는 자율협력 주행은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에 의존하는 만큼 해킹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차량과 기지국에서 실시간 공유되는 교통 정보와 차량 위치 정보 등을 탈취해 자율주행을 방해하고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자율협력주행을 위한 V2X 보안 인증체계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인증을 받은 차량, 기지국만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자율협력주행 V2X 통신 메시지 위·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화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올해 본격적인 개발과 실증을 진행한다. 관련 법제도 연구까지 병행한다.
한국도로공사가 실증센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운영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보안 인증체계 도입을 위한 법 제도를 연구한다. 기술 규격도 개발한다.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는 기기 검인증 규격과 절차를 표준화한다. C-ITS 서비스 검증인증 체계와도 연계한다. 올해부터 서울과 제주 등 C-ITS 실증지역에서 V2X 보안 인증체계 실증도 실시한다.
더 나아가 국토교통 자율협력주행 도로교통체계 통합보안시스템 운영을 위한 5년 단위 연구개발(R&D)사업도 시작했다. 자율협력주행 도로교통체계 인프라의 보안 가이드라인과 통합보안 인증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협력주행 환경 도로교통체계 보안관제시스템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도로공사가 주관하고 인터넷진흥원, 드림시큐리티, 한국정보인증, 펜타시큐리티, 미래테크놀로지, 이글루시큐리티, 아토리서치 등이 함께 개발한다.
가장 먼저 구축된 대전-세종 C-ITS 도로에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와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사업으로 에지 컴퓨팅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엣지컴퓨팅은 중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 중앙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네트워크 끝단(엣지, Edge)에서 컴퓨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협력주행 인프라는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인명이 관련되어 실시간 처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엣지 컴퓨팅의 최적의 적용처로 주목받는다. 안정적인 엣지 컴퓨팅을 위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를 고도화하고 익명화 서비스도 엣지장비에서 수행했다.
◇정밀도로, 통신규격 등 고도화 과제 수두룩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차량 자체의 센서·제어 기능과 함께 정밀도로지도, V2X를 위한 통신 인프라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보안 시스템뿐만 아니라 지도, 네트워크 고도화 등 자율협력주행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과제가 수두룩하다.
정밀도로지도는 자율차가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도로·교통 표지판 등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구축한 3차원 지도다. 센서에만 의존해서는 차선을 비롯해 도로 인프라도 열악하고 센서의 성능을 100% 신뢰할 수 없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는 정밀도로지도 구축을 위한 협업 체계도 본격 가동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완성차 업체, 지도제작업체 등 14개 기관이 정밀도로지도 공동 구축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만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고속도로 위주로 5500㎞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했지만 전국 모든 도로 11만㎞를 구축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플랫폼을 올해 구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력체계를 발전시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안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위한 통신규격 논의도 올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동통신기반 차량사물통신(C-V2X)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근거리 전용 고속패킷 통신시스템(DSRC, 웨이브)을 위주로 실증사업이 진행됐으나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한 민간 투자를 무시할 수 없다. 5G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주요 이유다. 이미 중국은 C-V2X 구축을 확정한 상태이고 우리나라와 미국 등은 C-V2X와 DSRC를 놓고 계속 검토 중이다. 민간 이동통신영역에서는 보편적 무료 서비스보다는 유료 서비스가 우선하는 문제가 있다.
차량 또는 단말기가 원활한 통신을 할 수 있는지 인증해주는 체계도 필요하다. 현재는 국토부가 1년에 한번 주최하는 상호호환성시험이나 해외 행사에 참여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인프라 관련 부품을 개발할 때마다 해외에 나가 테스트를 하고 인증을 받는데 국내에도 이런 인증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