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점점 수도권 대학만 가려고 해서 걱정입니다. 지방대에 오려는 학생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지방 국립대 총장은 갈수록 좋은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과 비슷하게 유명하던 특정 학과마저 과거 명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 고등학생은 이른바 '인서울 대학'으로 몰려든다.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에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면 수도권을 택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과거 잘나간 지방 소재 대학은 힘을 잃고 있다. 최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취업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교육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 취업률 차이는 2015년 0.6%포인트(P), 2016년 1.6%P, 2017년 2.1%P, 2018년 2.2%P로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원인은 일자리다. 지방 대학을 졸업해도 그 지역에 일자리가 풍부하고, 취업률이 높다면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지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과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취업률 성적표가 다르니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인서울'을 원한다.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화시설 등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세기 미국 철강 산업의 중심지 피츠버그는 1960년대부터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수십 년 동안 하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대도시로 떠났고, 인구는 계속 줄었다. 주력 산업이 사라지자 많은 실업자가 생겼다. 당시 톰 머피 시장은 '대학' 중심으로 피츠버그를 부활시켰다. 카네기멜런대 등 피츠버그 소재 대학에 산학협력·창업 전폭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했다. 이제 피츠버그는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피츠버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산·학 협력이 필수다. 지역 우수 인재가 지역 대학에 들어간 뒤 기업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우수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시 인재가 지역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인재가 지역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역 특색에 맞춘 세부 전략을 통해 대학과 지역은 함께 부활할 수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