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첫 디오라마(Diorama) 전시! ‘재현의 마술사 신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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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시작된 작가 신언엽의 디오라마(Diorama) 세계

‘디오라마(Diorama)’의 사전적 의미는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거나 그러한 배치를 뜻하는 것이다. 근대 이후 유럽 귀족들이 테이블 위에 인형 등을 올려놓고 역사적인 전투 장면을 재현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풍경화나 그림으로 된 배경에 축소된 모형을 설치해 특정한 장면들을 배치하는 것을 말하며 모형을 이용해 역사적 사건,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을 표현하고 음향이나 조명을 함께 연출하여 생생함을 더하기도 한다.

현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과학관 등에서 디오라마 기법을 많이 사용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디오라마 제작이 취미의 일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피규어 덕후(하나의 분야에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피규어와 피규어를 전시할 배경을 직접 만드는 취미생활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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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언엽도 처음에는 디오라마를 취미로 시작했다. 히어로 피규어에 영감을 받아 ‘배트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백 투 더퓨처’, ‘매드맥스’, ‘트랜스포머’, ‘스타워즈’ 등 영화 속 장면을 축소된 조형으로 재현해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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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가 신언엽의 취미활동은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대학에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영화, 드라마의 미술감독이자 무대예술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보다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취미로 시작된 신언엽의 디오라마는 관련 산업분야의 전시나 박람회에 초대 작품으로 초청되었고 그의 작업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를 현실의 세계로 이동하여 시대의 상징이자 우상의 대상인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창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 취미에서 발전해 역사적 의미를 담는 방법이 된 디오라마(Diorama)

사실 신언엽 작가가 국내 디오라마의 발전에 선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는 많은 디오라마 전문 업체가 있었고 다양한 연령층의 디오라마 제작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수익 창출을 위한 상업적인 거래를 목적으로 디오라마를 접하고 있었고 해당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언엽 작가의 이번 전시가 의의를 가지는 것은 그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디오라마를 재현한다는 것에 있다. 작가는 지난 2018년 4월 27일에 있었던 ‘판문점 선언’의 현장을 접하고 그것을 디오라마로 재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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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겨레의 염원을 골자로 하는 민족 화합의 분위기 속에 오랜 시간 단절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던 신언엽 작가는 남측과 북측,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했던 판문점을 재현하고자 했다.

문제는 신언엽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디오라마의 크기에 있었다. 3D 디자인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그 사이즈가 너무 컸기에 제작하는 것은 둘째치고 규모가 큰 디오라마를 어디에 전시하느냐에 대한 문제에 부딪혔었다고 한다.

이에 작가 신언엽은 수소문 끝에 통일부의 문을 두드려 서기관과 연이 닿았고 논문마저도 디오라마를 주제로 작성했던 그는 논문과 포트폴리오, 피규어를 바리바리 챙겨 들고 찾아가 통일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제공받은 첫 전시 공간이 경의선의 북쪽 가장 끝에 위치한 ‘도라산역’ 로비였다. 전시가 가능한 공간이 마련되었고 신언엽 작가가 꼭 만들고 싶었다는 ‘판문점 선언’ 당시를 재현하는 디오라마가 완성이 되어 ‘봄이 오면(When spring comes)’이라는 작품명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 1월 도라산역에서 처음 전시되었던 디오라마 ‘봄이 오면’은 4월에는 서울시청에서 전시를 진행하였고 5월에는 부산항 축제장과 부산 통일관에 전시되었으며 이후로도 계속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기릴 수 있을만한 공간에서 전시가 이루어져 왔다.

 ◆ 작가 신언엽으로의 신념이 엿보이는 이번 전시

인사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인 마루의 CNT 갤러리에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신언엽의 디오라마’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봄이 오면’이라는 디오라마가 열 번째로 전시되는 공간이자 작가 신언엽의 첫 단독 전시이기도 하다.
디오라마 영역에서 단독으로 전시를 개최하는 것도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규모로 미술감독이자 무대예술가였던 감독 신언엽이 작가 신언엽으로서의 전환을 선포하고 공고히 하는 뜻깊은 전시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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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영화, 드라마, 미술, 인테리어 사업 등 기존의 분야에서도 승승장구하던 감독 신언엽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디오라마 작가 신언엽으로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대중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는 2019년은 작가 본인에게도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될 관람객들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한다.

사대문 중 서쪽 문으로 흔히 서대문이라 불리는 ‘돈의문’의 디오라마 역시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고 모 통신사와 컬래버레이션으로 ‘군산 쌀 수탈 사건’도 작업 중에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의 시절 일본군의 만행 중 하나인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디오라마 재현을 통해 시즌으로 작업될 예정에 있다고 하니 작가 신언엽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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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국한된 주제나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확장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 4차 산업의 다양한 미디어를 도입하여 생동감 있는 장면들을 더해 관람하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것도 괄목할만한 사실이 아닌가 한다.

전시의 한편에 위치한 홀로그램의 경우 마치 마술과도 같은 진기함에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동안 작품들을 관람해야 하는 정도였다. 대학과 연계하여 관련 분야에 대한 배움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 신언엽 작가의 모습에서 감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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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라마를 통해 재현된 결과물들은 판매하지 않고 문화와 교육, 전시의 목적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라는 신언엽 작가의 말속에서 굳은 결의가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가능한 많은 역사적 기록들이 신언엽 작가의 손을 거쳐 디오라마로 재현되기를 기원하며 이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신진작가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