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피아를 집대성한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미국 장기 미제 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미국의 전설적인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가 1975년 7월 30일 디트로이트에서 실종되었으나 현재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미국 대표적 미제 사건)을 주제로 미국 마피아와 정치판의 결탁과 부패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뉴욕 마피아 거물 러셀(조 페시)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청부살인을 한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고기를 배달하던 트럭 운전수 프랭크는 물건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프랭크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 빌(레이 로마노)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후, 뉴욕의 여러 큰손들과 하나 둘 안면을 트기 시작한다.
그중, 사업가이자 지역을 지배하는 마피아 러셀(조 페시)과 미국 화물 운송 노조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가 핵심 인물이다. 프랭크는 러셀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지미와는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프랭크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는 러셀과 지미 사이에서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고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기로에 선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의 정치적 배경을 알아두는 편이 좋다. 케네디 대통령 재임시절 전후인 1960년대 미국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공산주의와 극한 대립으로 본격적인 냉전시대를 맞이했고 미국 내에서도 정치 세력 간의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아이리시맨'은 언뜻 보면 '지미 호파 실종 사건'에 초점을 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프랭크라는 인물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미국 마피아 조직의 실체를 해부한다. 마피아 범죄의 온상이던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정부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묘사된다.
영화 속 마피아의 모습은 마치 무정부주의를 연상케 한다. 매일같이 길거리에서 총격과 살인이 난무하고 언론에서 살인 사건을 보도해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고도 고작 횡령, 사기 같은 혐의로 몇 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는 게 전부다. 그야말로 국가 위에 마피아가 군림하는 꼴이다.
영화는 지미와 러셀의 묘한 대립이 서로 간의 이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의 배후에 마피아와 살인 청부업자 프랭크 시런이 존재하며 그들의 소행이라고 결론짓는다. 영화의 제목인 '아이리시맨'은 프랭크 시런의 코드 네임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간 마피아 관련 영화를 다수 연출했다. 영화 '비열한 거리'(1973), '좋은 친구들'(1990), '카지노'(1995), '갱스 오브 뉴욕'(2002), '디파티드'(2006) 그리고 미드 '보드워크 엠파이어 시즌 2' 등 그가 연출한 작품들에 마피아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마이파 영화 장인'답게 이번 '아이리시맨'에서는 210분여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차분하고 심도 있게 20세기 미국 마피아 조직들의 세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녹슬지 않은 노익장을 과시한다.
주인공 프랭키 역의 로버트 드 니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열연을 펼치며 영화에 힘을 실었다. 노년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 몇 시간에 걸친 분장도 마다 않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와 명품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이 함께 20세기 미국 마피아를 집대성한 작품 '아이리시맨'은 오는 20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27일 부터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전자신문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