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로보택시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며 신뢰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센서를 통해 차량 주변을 '인지'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ECU)가 주행전략을 '판단'해 차량 부품을 '제어'하며 움직인다. 인지-판단-제어의 연속된 동작이 원만한 자율주행의 핵심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기차 중심의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가면 제동·조향·현가장치와 같은 전통적인 부품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더라도 이들 핵심부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의 주도권이 자동차로 넘어가는 높은 자율주행 단계에서도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 핵심부품들은 더욱 소형화되고 다양한 성능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부품인 시트벨트ㆍ에어백과 같은 수동형 안전장치들은 자율주행 센서와 연계해 지능형ㆍ·능동형 첨단부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승객보호장치 통합제어기가 대표적이다.
차량 전방에 위치한 카메라나 레이더 센서가 위기 상황을 감지하면 탑승객에 알림을 줌과 동시에 전동식 좌석벨트가 승객을 고정시켜준다. 다음으로 긴급제동시스템이 작동해 정차를 유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이 불가피할 경우 에어백이 펼쳐지기 전 프리텐셔너로 불리는 자세 고정장치가 작동해 탑승객의 상해를 저감해준다.
야간 운전 시 시야를 확보하는 헤드램프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시 상향등 상태를 유지하다가 앞서 가거나 마주 오는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고 눈부심을 차단하는 기술인 ADB(Adaptive Driving Beam)가 중대형 차종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내 차 헤드램프의 특정 부분만 점등해 상대 차량이 위치한 지점은 빛이 닿지 않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첨단 지능형 헤드램프는 여기서 한발 더 진화했다. 레이더·내비게이션·조향각 센서 등 여러 센서로부터 받은 정보를 전방 카메라와 융합해 상대 차량의 움직임에 한층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구동과 제동, 조향, 현가장치까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제어부품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공개한 'e-Corner' 모듈은 인휠모터와 제동·조향·전동댐퍼 등 4가지 기술을 하나의 모듈로 융합해 각 바퀴 안으로 집어넣은 형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이나 드라이브 샤프트 등의 구동 관련 기계 장치들이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e-Corner 모듈의 가장 큰 장점은 플랫폼화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각 바퀴 안에 차량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좌우 너비, 전륜과 후륜간 거리 등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이 도입되면 개발 비용과 시간 절감이 가능해진다. 동력계통 부품이 필요 없기 때문에 경량화, 공간 확보에 따른 독특하고 유려한 디자인도 가능해진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