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내면서 향후 시장 구도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최종 인수하면, 출혈 없이 단박에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도심지 중심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 다만 정유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작을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최종 인수할 경우, 영업권만 가져간다. 인수 비용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재무적 투자자(FI) 코람코 자산신탁이 댄다.
현대오일뱅크-코람코 컨소시엄은 입찰가로 1조4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가격이던 1조2500억원을 상회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점유율 상승과 근접성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수 기준 업계 2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1위 SK에너지(3404곳)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GS칼텍스(2387곳), 에쓰오일(2099곳)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는 전국 도심지에 몰려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선발 주자인 SK와 GS칼텍스가 선점, 경쟁하던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이번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것은 지역마다 SK 주유소들이 인접해 있는데 굳이 인수할 실익이 있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예를 들어 자사 편의점 옆에 또 자사 편의점을 들이는 것인데 경쟁만 치열해지고 비용 부담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비해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인수로 도심지 곳곳에서 경쟁사와 경쟁할 수 있고,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면서 “인수 이익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소비자 실익 증대로 귀결될 지는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보통휘발유 세후 가격은 SK에너지 1466.98원, GS칼텍스 1473.0원, 현대오일뱅크 1467.24원, 에쓰오일 1451.33원으로 대동소이했다. 정유 가격은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을 포함해 매겨진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주유소별 정유 판매 가격을 임의대로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간에 간판만 교체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