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으로 시작한 미니언(Minion) 군단. 이제는 당당한 주연이 되다.
노랗고 작은 체구에 알 수 없는 의성어를 남발하는 미니언(Minion)들이 처음 대중과 만나게 된 것은 2010년 개봉한 ‘슈퍼배드(Despicable Me)’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달’을 훔치려는 악당 ‘그루(Gru)’의 이야기를 담은 ‘슈퍼배드’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그루’였다.
‘슈퍼배드’ 속 미니언들은 주인공 ‘그루’를 대장으로 섬기고 부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감초와 같은 역할을 했었다. 악당인 듯 악당 아닌 악당 같은 ‘그루’의 이야기는 미니언들의 엉뚱함이 더해져 한층 더 매력적인 내용이 될 수 있었다.
2007년에 설립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Illumination Entertainment)’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인 ‘슈퍼배드’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시리즈로 만들어져 2013년에 2편을 2017년에 3편을 개봉했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중간 무렵인 2015년에는 영화의 스핀 오프(spin-off)격인 ‘미니언즈(Minions)’가 개봉되기도 했다. 미니언들의 역사를 다룬 것과 같은 영화 ‘미니언즈’는 영화 속 조연이었던 그들의 인기가 주연의 그것과 견주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었다.
지난 10월 22일부터 시작된 ‘미니언즈 특별전’ 역시 ‘미니언’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하는 전시가 아닌가 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스튜디오(NBC Universal), 비스트 킹덤(Beast Kingdom) 등과 함께 이번 ‘미니언즈 특별전’의 전시를 주최한 국내 전시업체인 지엔씨미디어(GNC Media)의 이전 행보들과 비교해 보아도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영화감독, 미술 작가, 제작사가 아닌 캐릭터에 집중된 전시
1992년 설립된 지엔씨미디어(GNC Media)는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프랑스 국공립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했다. 2012년부터는 ‘팀 버튼 전’을 시작으로 ‘마리스칼 전’, ‘스탠리 큐브릭 전’, ‘키스 해링 전’ 등 당대 최고의 영화 감독이나 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관련된 전시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드림웍스 전’ ‘픽사 전’, ‘디즈니 전’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이름을 걸고 각 제작사의 작품들과 제작 과정에 대한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영화감독이나 미술 작가,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타이틀로 하여 그들의 작품들을 전시해왔던 ‘지엔씨미디어’가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미니언’이라는 특정 작품의 캐릭터를 주제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같은 ‘지엔씨미디어’의 변화는 국내 전시 트렌드의 변화와 일맥상통하다 볼 수 있다. 글보다 사진 혹은 영상이 주가 되는 SNS 채널을 통해 이쁘고 개성 있는 셀카를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는 요즘은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을 주제로 하는 전시장 보다 사진이 잘 나오는 전시장에 관람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젊음의 거리로 변신을 꾀하는 ‘안녕 인사동’에서 ‘미니언’들과 인생 샷!
‘미니언즈 특별전’이 가지는 또 하나의 큰 의미는 지역적인 부분에 있다. 전시가 개최되는 장소는 종로구의 인사동이다. 한때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하는 한국의 명소로 이름을 날렸고 때문에 영어 이름을 가진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인사동 거리 내 점포 명을 한글로 바꿀 정도로 내로라하는 핫플레이스였지만 지금은 타 지역들에 비해 그 인기가 사그러든 편이다.
‘파르나스’ 계열의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이 인사동에 지점을 오픈하면서 그 일대를 ‘안녕 인사동’이라는 복합문화 몰로 지정해 운영을 시작했다. 인사동이 활기찬 젊음의 거리로 변신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미니언즈 특별전’의 전시장이 ‘안녕 인사동’의 중심부인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 마련되었고 내년 3월 15일까지 거의 다섯 달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전시될 예정이기도 하다. ‘안녕 인사동’ 곳곳에 미니언 조형물들이 마련되어 있다.
실물 사이즈에 가깝게 제작된 3D 캐릭터와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가능한 다양한 포토존에서는 미니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악당 캐릭터 ‘스칼렛 오버킬(Scarlet Overkill)’, ‘벡터 퍼킨스(Vector Perkins)’, ‘엘 마초(El Macho)’, ‘발타자르 브랫(Balthazar Bratt)’들과도 만날 수 있다.
‘슈퍼배드’ 시리즈나 ‘미니언즈’ 등 군데군데 애니메이션 영상들이 플레이 되기도 하는데 ‘극장과 갤러리’(Theater&Hallway)’라는 전시 섹션을 시작으로, ‘악당 그루의 실험실(Gru’s Lab)’과 ‘걸즈 룸(Girls Room)’, ‘미니언즈 연대기(Minions Zone)’로 크게 구분된 4개의 섹션마다 대규모의 조형물들이 마치 촬영 세트장처럼 준비되어 있다.
이번 ‘미니언즈 특별전’의 백미는 전시의 끝 무렵에 맞이하게 되는 초대형의 볼 풀장이라 생각된다. 2미터에 가까운 크기의 바나나 풍선과 수 만개의 볼풀들이 가득한 풀장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클라우디아 미엘닉’ 부대표가 말한 것처럼 ‘미니언’이 가진 힘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와 같은 그들의 의성어를 우리가 알아듣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것에 있지 않은가 한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미니언들이 가득한 ‘미니언즈 특별전’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옛 추억에 잠기거나 새로운 추억을 쌓으며 의미 있는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맞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