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기차 사업을 선언했던 영국 다이슨이 3년 7개월 만에 다시 항복을 선언했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포기 입장을 밝혔다. 일반 전기차가 아닌 다이슨이 만든 전기차는 상업성이 없다는 말이다. 다이슨은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아직 검증도 안 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밝혀왔다. 다이슨의 전기차가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을까.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대표는 10일(현지시각)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개발팀이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성이 없어”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다이슨 대표는 “자동차팀이 개발한 차는 우리의 철학에 충실하면서 접근 방식도 독창적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구매층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다이슨이 지난 2016년 20억파운드(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1년까지 '전혀 다른' 전기차 3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지 3년여 만이다.
다이슨은 그동안 500여명의 신규 인력을 투입해 절반은 전기차에, 나머지 절반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배치했다. 이후 영국 공군 부지를 매입, 전기차 연구개발 센터를 지었고 내년 중엔 싱가포르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런 다이슨이 야심찬 꿈을 접은 건 얻는 것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전기차 개발비용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다이슨이 개발하려는 전기차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이라 부담감은 더 켰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은 지난 5월 자동차 구조 및 공기 역학에 관한 특허도 등록했다. 다이슨이 출원한 특허에 따르면, 전기차에 큰 바퀴를 장착했고, 지상 높이가 높은 다목적차량(MPV)에 가까우며, 유독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를 갖췄다. 파격적인 형태다. 또 지금까지 수차례 보도를 통해서 아직 세계적으로 기술 검증이 안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혀왔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일본 토요타는 지난 2008년부터 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가능성을 입증 받지 못했다. 토요타는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배터리 업계 시각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만든 다이슨이 전기차 분야에서도 럭셔리급 개발을 추진했지만, 테슬라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해 결국 포기한 것”이라며 “핵심부품인 이차전지는 현재로써는 실현이 불가능한 전고체전지에 과한 투자를 한 건 큰 패착이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