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사고의 전환 '후방 주행보조 기술'

#김 모씨는 최근 시골 한적한 곳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한참 진땀을 뺐다.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 산길을 달리다가 앞에서 마주 오는 차량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로 대치하며 눈치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금씩 후진하다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좁은 골목길은 진입하기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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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직원이 후방 주행 보조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후진으로 좁은 길을 다시 내려오는 것은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고 할지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좁은 길이 많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국내 도로 사정 상 막다른 길을 만나거나 마주 오는 차량 때문에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양산 수준의 후방 주행보조 기술을 확보했다. 이 후방 주행보조 기술은 오던 길을 후진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 운전자가 별도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자동으로 조향을 지원해 준다. 차량이 전진할 때의 속도와 주행경로를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가 뒤로 후진할 때 이를 역으로 계산해 자동으로 방향을 틀어주는 방식이다.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초보 운전자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후진 주행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 현대모비스는 다른 운전자 지원기술과는 달리 차량 내부에 장착돼 있는 조향각·휠·YAW센서 등을 활용해 기술을 구현했다. 이들 센서는 일반적인 차량에 대부분 적용된 센서들로 고가의 자율주행 센서들을 추가하지 않고도 주행환경을 간접적으로 측정해 범용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현대모비스가 이처럼 기존 운전자 지원 기술에 활용되는 자율주행 센서가 아닌 일반 센서로 기술을 구현한 것은 차량 후방에는 레이더·카메라·라이다 등 센서가 제한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미 낮은 단계의 자율주행차들이 제한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 기술의 대부분이 전방 주행을 지원하는데 집중돼 있다. 운전 중 전방주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후진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후방에는 외부 환경을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센서도 부족해 기술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차종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후방에는 단거리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초음파 센서 4개와 주차를 돕기 위한 카메라 센서 한 개 정도만 적용돼 있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현대모비스가 센서 추가 없이 창의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실질적 후방 주행 편의를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해 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2년까지 후방에 장착된 초음파와 카메라 센서 정보를 융합해 후진 주행 중 아이나 차량이 튀어나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후진 시에도 차량이 완전하게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주행함으로써 완전 자율주행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후방 편의 기술은 주차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 왔다. 후방 초음파 센서를 통해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경보음을 내주는 시스템부터 후방주차 시 가이드라인을 표시해주는 시스템(PGS, Parking Guide System)으로 발전했다. 이어 초음파센서를 통해 주차공간을 탐지하면 운전자가 별도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알아서 조향해주는 지능형주차보조시스템(PA, Parking Assist)도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향뿐만 아니라, 기어변속과 제동까지도 지원해주는 전자동주차시스템(SPAS, Smart Parking Assist System)도 개발되었으며,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격제어를 통해 자동으로 주차가 가능한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RSPA, Remote Smart Parking Assist)까지 등장했다.

현대모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차지원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을 SVM(Surround View Monitoring)기술과 통합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SVM은 차량 후면을 포함한 360도를 커버하는 카메라 센서를 통해 주행 환경을 파악하고,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주위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초음파센서를 기반으로 한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이 카메라센서 기반의 SVM과 합쳐지면 주차공간을 인식하는 정확도가 향상돼 주차 편의가 더욱 향상된다. 또한 옆에 주차된 차량들을 기준으로 정렬하는 기존과는 달리 주차선을 기준으로 정렬하기 때문에 보다 반듯한 주차가 가능해진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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