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유숙박 플랫폼,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사회적 책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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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유숙박 플랫폼이 불법 영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숙소 등록 과정이 손쉬운 데다 이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숙박업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이들 플랫폼 제재에 한계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공유숙박 시장은 이미 에어비앤비, 아고다, 부킹닷컴 등 외국계 플랫폼이 장악했다. 점유율이 90%대로 추산된다.

9일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불법이 의심되는 전국 숙박업소 1834곳을 조사, 이 가운데 898곳을 적발했다.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숙박 분야의 주요 플랫폼, 블로그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이들 숙소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미등록 불법 업소다. 단속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광역·기초 지자체, 경찰청이 참여했다. 단속에 참여한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는 “오피스텔을 이용한 불법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면서 “업주 한 명이 여러 숙박 예약 채널을 활용해서 영업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플랫폼을 특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미등록 업소 대상으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규정을 어겼는지도 살폈다. 조사 결과 미등록 추정 업소 898곳 가운데 불법 행위가 드러난 업소는 125곳이다. 형사처벌이 내려졌다. 행정지도를 받은 업소는 236곳이다. 108곳은 집주인이나 투숙객을 발견하지 못해 불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공유숙박과 관련한 불법 행위가 만연한 것은 진입 장벽이 낮고, 외국계가 장악한 공유숙박 플랫폼의 법적 책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에어비앤비에는 숙소 사진만 올려도 등록이 가능하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록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록증을 확인하는 국내 공유숙박 플랫폼 미스터멘션과 구분된다. 국내 숙박업계는 에어비앤비 숙소 가운데 64%가 내국인 민박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인 오피스텔·원룸 사진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공유숙박 플랫폼 코자자를 운영하는 조산구 위홈 대표는 “국내 공유숙박 시장의 90% 이상을 에어비앤비가 독점하고 있다”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불법 숙소인 것을 알면서 중개했다면 방 하나당 1000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 역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유숙박 플랫폼 대부분은 숙박업소와 소비자를 단순 연결하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있다. 개별 숙박업소 잘못에 대한 책임이 제한적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외국기업인 데다 처벌 규정도 없다”면서 “다만 합법적 숙박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검토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열악한 국내 숙박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숙박업의 5년 생존율은 17.9%에 그쳤다. 제조업 38.4%보다 약 20% 낮은 수치다. 숙박업소 91.7%는 종사자 수가 1~4명인 영세 업체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톱다운이 아닌 숙박업소만 압박하는 다운톱 방식으로는 숙박 시장을 건전화할 수 없다”면서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을 현실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숙박업소 등록 여부는 적법성 판단을 넘어 고객 안전과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한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문체부, 지자체의 불법업소 단속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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