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1977년 '포니'만들던 대한민국...미래차 국산화 시동 걸다

최근 한·일 무역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그 여파가 자동차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국산화는 90%를 상회하고, 일본 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부품은 많지 않다. 하지만 수소전기차(FCEV)·배터리전기차(BEV) 등 미래 친환경차 일부 핵심 소재는 수입 의존도가 다소 높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한·일 무역 분쟁을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계기로 삼아 과거 내연기관차 시절에 보여줬던 한국자동차산업 저력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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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개발한 첫 고유 모델 포니.

◇1977년 첫 국산차 '포니'…탄생 배경 '국산화 의지'

우리 정부는 이미 50년 전부터 자동차 국산화에 큰 공을 들였다. 1970년대 정부는 국산화된 부품은 수입을 금지할 정도였다. 해방 직후인 1948년 교통·상공·국방 등 3부 합동으로 13개 자동차 부품을 국산장려 부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국산화 정책이 중단됐다가 1962년 '자동차공업 5개년 계획'에 따라 다시 추진됐다. 단계적으로 수입대체 부품을 국산화하고, 이를 위해 자동차공업 보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는 수입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1974년 보다 강력한 정책을 내놨다. 국산화된 부품은 수입을 아예 금지하면서 독자 자동차 모델 개발을 독려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게 핵심 목표였다. 이렇게 탄생한 차가 현대차 '포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는 나라는 항공기든 뭐든 완벽한 생산이 가능한 나라”라며 자동차 국산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새로운 차종을 생산한 업체는 국산화 가능성 등을 담은 생산계획서를 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내야 했다. 조합은 국산화 불가능 품목에 대해서만 수입 품목으로 추천했다. 강력한 수입제한 정책은 1977년 포니 국산화율을 90%로 높였다.

하지만 1990년까지 자동차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 국산화는 답보상태였다.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엔진과 변속기를 생산하며 자체적인 엔진 국산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사실을 알아챈 미쓰비시는 독자 엔진 개발을 중단하면 신형 엔진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로열티도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전형적인 점유율 유지 방법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거부하고 1991년 '알파엔진'을 개발했다. 1000억원 연구비와 300여대 엔진 시제품, 150여대 시험 차량을 투입한 결과다. 알파엔진은 '스쿠프'에 먼저 탑재해 양산 검증을 거쳤고, 다른 차종에도 확대 적용했다. 결국 알파 엔진 개발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과 기술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이후 독자 엔진 개발에 가속이 붙으면서 현재 모든 분야 국산 차종이 세계무대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래차 국산화 시동을 걸다

친환경과 지능형으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장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새로운 강자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축적해온 모든 R&D 역량을 미래차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의 눈'으로 불리며, 외관과 안전 성능을 좌우하는 램프 부문에 2008년 진출했다. 과거 램프시장은 유럽과 북미의 2~3개 업체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램프 내부 플라스틱 구성품에서 발생한 가스가 벽면에 흡착돼 뿌옇게 착색되는 안개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오래된 숙제였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광 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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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소재 업체인 이니츠와 손잡고 소재 개발에 착수, 1년 6개월 만에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플라스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른바 '안개 끼지 않는 세계 최초 램프'다. 내부 온도를 200도 넘게 유지할 수 없는 장비가 없어 1억원 넘는 별도 시험 장비를 제작하고, 소재에 첨가물을 바꿔가며 시험만 수백 번을 넘게 수행한 결과다. PPS(폴리페닐설파이드)에 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섬유를 추가하고, 고분자량 첨가제를 적용해 안개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가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는 신소재 개발과 함께 자동차용 센서 분야에서도 기술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순수 독자기술로 차량용 단거리, 중·장거리 레이더, 전방 카메라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더와 카메라센서는 자율주행용 핵심 부품으로 제품을 구성하는 주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독자 개발했다.

경쟁사 제품 대비 속도와 정확도, 제품 무게를 줄임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고, 이를 통해 승용과 상용 부문을 아우르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술을 확보했다. 차량용 센서를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함에 따라 그동안 해외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ADAS 센서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레이더, 카메라, 라이더 등 자율주행 센서기술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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