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첫 번째 '픽업트럭'의 2021년 현지 생산을 승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편에 따라 2041년까지 픽업트럭 관세 유지가 결정되면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안이 확정됐다. 신차는 소형 픽업트럭 차급으로 목표를 설정, '4세대 투싼'(프로젝트명 NX4) 기반으로 만든다.
현대차는 '투싼 미국형 픽업트럭'(프로젝트명 NX4A OB) 신차 프로젝트 개발과 생산 계획을 수립, 일정을 부품 협력사와 공유했다. 내년 출시를 앞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세대 투싼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을 위한 첫 전략형 신차다.
투싼 픽업트럭 생산 승인이 떨어지면서 오는 10월 첫 프로토 타입 모델을 제작하는 등 차량 개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앞으로 약 1년 반의 추가 개발 기간을 거쳐 2021년 2월 양산차 개발을 완료, 같은 해 5월부터 양산한다. 투싼은 차량의 뼈대, 심장에 해당하는 플랫폼 및 엔진 등을 4세대 투싼과 대다수 공유한다. 개발 원가를 낮추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파워트레인은 '세타3' '세타3 터보' 2종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생산은 앨라배마 공장이 전담한다. 애초 현대차는 한·미 FTA에 따라 한국산 픽업트럭에 관세 25% 부과 안이 2021년에 폐지될 것으로 보고 픽업트럭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FTA 재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가 2041년까지 20년 연장됐다. 사실상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앨라배마 공장을 전담 생산 거점으로 지정했다.
투싼 픽업트럭은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북미 핵심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은 연산 40만대 규모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등을 생산한다. 현지 판매 정체로 실제 가동률은 80%대에 머문다. 4세대 투싼과 투싼 픽업트럭 등이 현지 생산 물량으로 배정되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차도 소형 픽업트럭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하고 있는 투싼 픽업트럭과 플랫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하는 안이 유력하다. 기아차 역시 최고경영진의 생산 승인을 받으면 2021년 이후 미국 생산 거점인 조지아 공장에서 픽업트럭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픽업트럭 시장 공략은 기존 세단과 SUV 라인업만으로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픽업트럭이 연간 300만대 판매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포드, 닷지, 쉐보레가 수십 년째 판매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등 미국차 업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토요타, 닛산 등 일본차 업체도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후발 주자로 진출해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