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침체에 빠진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며 승부수를 띄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한국산 배터리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얹은 '엔씨노 EV' '라페스타 EV'를 내놓고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현지 업체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전기차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판매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9월 전기 SUV 엔씨노 EV, 12월 라페스타 EV를 중국 현지에 연이어 출시한다. 두 신차는 중국 CATL 배터리를 채택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약 500㎞로, 중국 브랜드 고성능 전기차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베이징현대는 이달부터 엔씨노 EV 예약을 받고 있다. 엔씨노 EV는 현대차 주력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의 중국형 버전이다. 한국과 유럽형 모델과 달리 LG화학 배터리 대신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엔씨노 EV는 중국 배터리 채택으로 지난 5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신차 인증을 받고 경쟁 전기차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엔씨노 EV는 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램프와 휠 등 전·후면 디자인을 전기차에 최적화, 미래 지향형 친환경차 이미지를 강조한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지도와 카라이프 커넥티드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둔 라페스타 EV는 중국 2030세대를 겨냥한 전략형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의 전기차 버전이다. 날렵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라페스타에 엔씨노 EV와 같은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베이징현대는 두 신차와 함께 링둥(중국형 아반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추가 출시,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EV와 PHEV를 포함해 총 9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전기차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친환경차 판매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61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했다.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중국 현지 생산 시설에 대한 체질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부터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중국공장 구조 조정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엔씨노와 라페스타를 생산해 온 쓰촨성 충칭 5공장을 친환경차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두 신차가 생산을 시작하면 충칭 5공장은 베이징현대의 전기차 핵심 생산 기지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2021년 이후 완전 폐지될 계획이어서 향후 중국 전기차에 다시 한국산을 비롯한 해외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승용차 판매 감소와 보조금 제외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공급처를 중국 업체로 다변화했다”면서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 판매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