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제조 노하우와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룬 'DS 7 크로스백'을 시승했다. PSA그룹 시트로엥에서 2014년 독립한 프리미엄 브랜드 DS 오토모빌이 한국 시장에 선보인 첫 번째 신차이자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의전차로 널리 알려진 모델이다.
DS 7 크로스백은 선과 빛으로 완성한 강렬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마감, 혁신 기술을 더한 DS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독특한 외관 디자인과 정교한 디테일, 첨단 기술의 조화로 프리미엄 차량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강렬한 외관 디자인이다. 과감한 면과 예리한 선이 만들어내는 근육질 차체가 인상적이다. 햇빛을 받으면 도장 면이 고급스럽게 반짝인다. 시승차 외관 컬러는 파리 에펠탑이 밤에 발산하는 빛을 형상화한 비잔틴 골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95㎜, 전폭 1895㎜, 전고 1630㎜로 DS 7 크로스백이 속한 동급 C세그먼트 SUV보다 큰 편이다. DS 윙스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패턴 육각형 그릴과 이를 감싸는 크롬 라인은 우아함을 강조했다. 알루미늄 보닛 위의 굵은 라인은 DS 엠블럼을 돋보이게 한다.
DS 7 크로스백은 빛을 통해 섬세하고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했다. 시동을 걸면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가 보랏빛을 발산하며 180도 회전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전달한다. DS 3D 리어램프는 레이저 인그레이빙 기술로 파충류 비늘을 형상화했다.
실내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가죽 마감과 크리스털 소재를 적용한 스위치 등 정교한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세심하게 선택된 고급 소재는 DS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고집이 느껴진다. 시트는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시트 가죽은 촉감과 냄새, 색상 등 21단계에 이르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가공했다. 가죽 스티칭으로 마감한 운전대와 크리스털 센터 스크린 컨트롤 스위치 등은 시각적, 촉각적 즐거움을 전달한다. 시동을 켜면 180도 회전하며 등장하는 시계는 프랑스 브랜드 B.R.M 크로노그래프 작품이다.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PSA그룹 EMP2 플랫폼을 활용해 동급 대비 넓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뒷좌석도 불편함이 없다. 바닥이 평평해 넉넉한 다리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55ℓ로 뒷좌석을 접으면 1752ℓ까지 넓힐 수 있다. 키를 들고 접근하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편리한 기능이다.
DS 7 크로스백은 PSA그룹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모두 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동을 걸면 잔잔한 엔진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힘과 효율, 환경의 균형을 강조한 BlueHDi 2.0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m로 차체 대비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변속기 전문업체 아이신과 함께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는 연료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민첩한 응답성을 제공한다.
디젤 엔진이지만 앞선 기술력으로 배출가스에 대한 우려를 없앴다. DS의 모든 모델은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을 장착해 국제연비측정표준방식(WLTP) 기준으로 유로 6.2를 충족한다. SCR 시스템은 DPF(디젤 입자 필터) 기술과 조합돼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줄이고, 미세 입자 제거율을 99.9%까지 높였다. 미립자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 시스템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프랑스 자동차답게 핸들링은 정확하지만, 승차감은 부드럽고 편안한 설정이다. 카메라와 센서 기술로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서스펜션 덕분이다. DS 7 크로스백에 장착된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은 카메라와 지면의 높낮이를 감지하는 4개의 센서, 3개의 가속도계를 통해 전방 5m에서 20m 내 노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네 바퀴의 댐핑을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가속과 스티어링, 제동과 같은 운전자 조작 상황도 감지한다.
고속도로에 올라 반자율주행 기술인 DS 커넥티드 파일럿을 체험했다. 스톱 앤 고를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위치보조(LPA)를 결합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다. 30㎞/h 이상부터 활성화돼 180㎞/h 까지 작동한다. 선행 차량과 간격을 고려해 속도를 잘 유지하지만, 조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어두운 밤 DS 나이트비전을 사용해봤다. 야간 주행 시 전방 도로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주행 안전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전면 그릴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가 100m 내 사물이나 생물을 감지한다. 위험 정도에 따라 디지털 계기판에 감지 대상을 노란색 또는 빨간색 선으로 강조하고 충돌 위험 시 경고음을 울려 운전자가 적절히 대응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윈드 스크린 상단에 위치한 조도 감지 센서가 밤이라고 판단하면 디지털 계기판에 달 모양을 표시해 나이트비전이 활성화됐음을 알려준다. 운전대 왼쪽에 위치한 다이얼로 계기판을 나이트비전 모드로 수동 설정할 수도 있다.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도 탐나는 장비였다. 3개의 회전식 LED 모듈과 메인 LED 프로젝터로 구성된 DS 액티브 LED 비전은 운전대 각도와 도로 너비, 차량 속도, 날씨에 따라 헤드램프 조사 범위를 스스로 조절해줬다. 도심이나 시골, 고속도로, 악천후, 주차, 하이빔 6단계의 라이트 모드도 제공한다.
연비는 만족스러웠다. DS 7 크로스백 복합 연비는 12.8㎞/ℓ(도심 11.7㎞/ℓ·고속도로 14.4㎞/ℓ)이며, 국도와 고속도로 위주로 400㎞를 주행한 결과 15㎞/ℓ를 기록했다. 특히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18㎞/ℓ 이상을 달렸다. 이날 시승한 DS 7 크로스백 그랜드시크 트림 가격은 589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