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 하반기 전기버스 보급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차량 구매 가이드를 마련했다. 국가 예산이 차량 당 2억원 가량 투입되는 만큼 승객 편의성과 안전성은 물론이고, 운수사업자의 사업성까지 고려한 조치다. 새 기준이 나오면서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참여 기회가 크게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올 하반기 노선용 전기버스 114대 보급을 실시한다. 시는 이번 보급에 맞춰 '전기시내버스 표준모델'를 마련했다. 이는 구매 가이드 형태로 △차량성능 △차량구조 △차량관리 △에프터서비스(AS) 분야 총 12개의 항목의 차량 보급 기준을 담았다.
대다수의 항목은 실제 도로 운행 평가에서 진행하는 기준과 유사하지만, 일부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자격 항목이 추가됐다. 이는 △차량 내 배터리 탑재 용량을 200㎾h 이상으로 제한 것을 포함해 △분당 2.6㎾ 충전 속도 △전기에너지 1㎾h 당 0.7㎞ 이상 주행(겨울철 기준) △차량 전장 10.9m 이상 △시내 A/S센터 운영 등이다. 출·퇴근 시간 등 교통 체증 때를 대비해 충전 없이도 연이어 2회 이상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통 운행 구간이 길어야 60~70㎞인 시내 노선버스의 겨울철 환경조건까지 고려한 조치다.
업계는 이번 서울시 구매 가이드로 대다수의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가이드에 맞는 중국산 차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 200㎾h과 전기버스 전비(㎾h당 0.7㎞) 기준에 부합하는 중국산은 비야디(BYD)에 불과하다. 차량 전장 10.9m 이상인 전기버스 역시 비야디와 하이거 정도다. 나머지 중통버스, 포톤, 북기상조 등은 배터리시스템과 차체를 다시 제작해야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현대차를 비롯해 자일대우버스·에디슨모터스 등 국산 차량은 이미 이 기준을 맞추고 있다.
업계는 차량 제작에 따른 차량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작업 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국내 진출한 이들 중국 전기버스는 본사가 직접 한국에 영업을 하지 않고, 국내 대리점 혹은 총판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신속한 시장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중국버스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국산버스와 달리 이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중량에 따른 전비효율에 다소 불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증기간도 대폭 강화됐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는 각각 9년, 전장부품은 5년 동안 무상 보상을 해야 한다. 이는 운수사업자의 사업성을 고려한 조치지만, 차량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 관계자는 “이 기준에 따라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국 버스가 설계·생산·인증을 다시 다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한국 시장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며 “서울시 기준은 기존의 전기버스 업체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배터리, 모터의 보장 기간이 9년으로 늘면서, 차량 가격은 다소 상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는 이번 서울시 기준이 대규모의 전기버스 민간 보급을 앞둔 제주, 대구 등 다른 지차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