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은 삼성전자가 대외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당초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개선된 실적이 예상됐지만, 일본 수출규제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28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제기된다.
당초에는 상반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불확실성이 많아지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인데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변수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잠정실적 기준)에 매출 108조3855억원, 영업이익 12조73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매출 119조464억원, 영업이익 30조5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8.3%나 감소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하반기에 실적 만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 실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규제 사태가 장기화되면 핵심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규제 여파를 우려한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보다 생산에 소재 수출규제 장기화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가 더 큰 문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화이트리스트(우방국가) 제외 정책이 실현돼 전략물자 수출까지 통제되면 파장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을 넘어 스마트폰과 가전 등 다른 사업까지 영향권에 들것으로 점쳐진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것도 변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제재가 강할수록 삼성전자에는 반사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관세율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실적에 악영향이다.
증권가 전망도 엇갈린다. 전반적으로는 일본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영향으로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 수출규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태 장기화로 소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실적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은 2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IM부문이 부진하다고 해도 OLED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기존 전망치 이상의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의 전자 소재 관련 수출 규제가 변수로 부상했다”면서 “당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전이 될 경우 향후 예측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하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분기와 4분기 각각 6조4000억원, 5조7000억원을 예상한다”면서 “메모리 판가의 구조적 하락세, 무선사업부의 지속적 부진을 감안시 당사 추정치를 능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실적 전망을 어둡게 봤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