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산업혁명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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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산업혁명이 세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관통하는 공통 요소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산업 특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한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환되는지 살펴보자.

패러다임 전환은 정상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며, 비정상 상태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현재의 산업 체제를 정상 상태, 산업혁명을 겪고 난 후의 산업 체제를 새로운 정상 상태라 하면 두 체제 사이에 일어나는 변혁은 비정상 상태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산업이 안정 성장을 하는 시기에는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술 혁신이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투자한 만큼 얻는 수익이 늘어난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만큼 제품 가격이 낮아져서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생산이 필요해진다.

기술 혁신이 계속되면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증가 폭은 점점 줄어든다. 또 투자자가 점점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나빠진다.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투자가 급감하고, 생산이 정체되며, 실업이 증가하는 불안정한 환경이 조성된다. 첨단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후발 주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즉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비정상 상태의 환경이 조성된다. 가내수공업이나 수차(물레방아)의 동력에 의존해서는 늘어나는 면직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던 1차 산업혁명 직전 상황, 열악한 야간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폭증하는 공산품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던 2차 산업혁명 직전 상황, 인간의 작업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던 3차 산업혁명 직전 환경 등이 비정상 상태의 산업 환경 사례이다. 생산성 한계 0(제로)에 접근한 자동화 생산 체제로는 더 이상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선진국 상황이 이들을 4차 산업혁명으로 내몬 비정상 환경이다.

생산성이 더 이상 향상되지 못하고 정체돼 사회경제 전반이 불안정해졌을 때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는다. 오랫동안 발전돼 오던 기술들이 비정상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급조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돼 온 기술들이다. 버려지던 증기를 재사용함으로써 효율을 괄목할 수준으로 높인 제임스 와트의 발명, 전기를 산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일련의 발명들과 전기와 가장 잘 조화를 이룬 분업 체계,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 및 집적회로(IC) 발명이 비정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상 상태인 산업혁명으로 이끌어 간 수단(기술)이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새로운 수단과 함께 비정상 상태의 산업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도전하고, 신기술에 있는 산업 가치를 알아본 기업가들이 있었다. 와트가 개량한 증기엔진의 가치를 알아본 매슈 볼턴, 매입한 조지프 스완의 특허를 개량해 수명이 긴 전구를 만들어 낸 토머스 에디슨, 자동차 산업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저가의 대량 생산을 위해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을 발전시킨 헨리 포드와 같은 사람들이다. 새로 등장한 신기술이 아무리 혁신 기술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혁명을 완성할 수는 없다. 신기술이 수 십 년에 걸쳐 진화하고 다른 기술들과 융합해 새로운 생산 트렌드를 만들어 냄으로써 안정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정상 상태를 만들어 낸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은 안정 성장(점진 혁신; 정상 상태)-성장 정체(생산성 향상 한계; 비정상 상태)-신기술 등장(파괴성 혁신; 새로운 성장 모멘텀)-안정 성장(새로운 산업 체제; 정상 상태)으로 요약된다.

다음 주에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산업혁명과 기술혁명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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