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작업 사실상 백지화

카카오와 협상 소득 없이 끝나 매각금액 너무 높아 인수 부담 '원점서 재검토' 장기전 예고 "적임자 나타날 때까지 연기" 김정주 창업자 의지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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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넥슨코리아 로비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넥슨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해외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국내 인수 희망 업체와 협상 테이블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의 최종 판단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1차 매각 시도는 결렬될 공산이 커졌다.

20일 게임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까지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와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카카오는 미국 디즈니와 함께 김 대표가 염두에 둔 인수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넥슨 측은 디즈니와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카카오의 마지막 협상도 난관에 부닥치자 원점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수전에는 카카오, 넷마블, 사모펀드가 참여해 왔다.

이 때문에 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매각 금액이 워낙 큰 데다 협상마저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금액은 최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넥슨은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을 운영, 지식재산권(IP) 수익도 상당하다.

넥슨은 김 대표와 특수 관계인 등이 보유한 NXC 지분의 98.64%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 지주회사로, 넥슨재팬 지분의 47.02%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재팬의 100% 자회사다. '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매각 백지화의 또 다른 배경에는 최적의 적임자가 없다면 기다리겠다는 김 대표의 철학과 의지도 한몫했다. 김 대표에게 매각은 넥슨이 글로벌 회사로 커 나가기 위한 성장 과정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넥슨을 만들기 위한 여러 전략 방안의 하나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본 입찰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최적의 인수 대상을 찾았다. 넷마블과 사모펀드는 이 같은 기준에서 김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넥슨이 소유한 IP를 노리던 넷마블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수를 시도했다. 국고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게임 산업을 수호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문제는 이해 관계였다.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던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규제로 자금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MBK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는 고강도 구조 조정이 전제되기 때문에 김 대표에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진행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면서 “사실상 넷마블에 팔면 독과점을 방치하는 셈이고, 카카오는 협상 테이블에서 마음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넥슨을)꼭 팔고 싶었다면 할인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넥슨 관계자는 “매각 건은 지금 상황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넥슨 매각 작업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뒤 장기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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