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공간 정보 DNA가 미래산업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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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을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인공지능(AI) 기술, 누군가는 초연결과 초고속 네트워크, 누군가는 빅데이터를 각각 핵심 요소로 내세우지만 공간정보업계에서 평생을 종사한 필자로서는 공간 정보의 중요성을 화두로 꺼내고 싶다. '망치를 손에 든 사람은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본인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미래 산업을 예단하는 것이 좁거나 얕은 시각으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여러 번 숙고해 봐도 편협한 주장만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한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정보혁명 시대였다. 디지털 정보라는 제3의 물결을 타고 전개된 정보혁명은 원하는 정보를 간편하고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상호간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타인이나 정보와의 실시간 소통이 거리상의 간극을 없애 줬다. 공간 정보 역시 3차 산업혁명의 산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물리 공간 내에 살고, 공간 안에는 각종 필요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물리 상태로 존재하던 공간이 컴퓨터 기술과 만나 디지털 정보 형태로 탈바꿈해서 삶의 곳곳에 스며든 것은 기껏해야 20~3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987년 국가 기간전산망 기본계획을 처음 실시한 후 30여년이 지났으며, 공간 정보와 관련해 제1차 국가지리정보체계 기본계획을 실시한 것은 1996년이니 채 20여년 정도에 불과한 짧은 역사다.

그러나 발전 양상은 빠르고 놀랍게 진행됐다. 휴대하기 불편한 종이지도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열람 가능한 전자지도로 바뀐 지 오래고, 지도 위에서 현 위치를 확인하고 내 주변의 각종 장소를 찾고, 목적지까지 빠른 길 안내 서비스를 받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됐다. 단순히 각 장소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치 정보 제공을 넘어 가장 싼 주유소, 탑승하고자 하는 버스의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각, 주변 아파트의 실시간 매물 정보 등 다양한 생활 정보가 공간 정보 형태로 제공된다.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상가 구조나 땅속 지하 시설물 위치, 토양과 식생 정보, 각종 통계와 도시계획 정보 등 공간과 관련돼 있는 대부분의 정보를 공간 정보 형태로 열람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 화두는 3차 산업혁명으로 구축된 각종 정보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지능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시대이며, AI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딥러닝을 통한 지식 판단이 가능한 지능화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사람의 발이나 손과 눈 개입 없이 도로를 달릴 준비를 한다. 평소 동선과 행동습관을 바탕으로 구축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정보가 사용자 맞춤형으로 다가온다. 과거를 기록해 놓은 공간에 머물지 않고 실시간 정보와 근접한 지도가 사용되며, 공간에 대한 미래 예측도 가능하게 바뀐다.

개별 형태로 존재하던 정보가 공간 정보와 융합되면 새로운 가치를 띤 미래 산업용 정보로 탈바꿈한다. 사물이 위치 정보를 습득하면 각종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장소가 주변 이동 물체의 정보를 얻게 되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이제껏 제공되던 한 방향 정보와는 다른 양방향 정보로 질 향상이 이뤄지게 된다. 공간 정보는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마저도 사용자층으로 끌어안으며 변화하고 있다. 물리 형태의 실세계를 그대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 놓음과 동시에 그 안에 포함된 각종 정보를 담는 그릇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정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간 정보라는 DNA를 품은 각종 정보가 공간 정보 기반 위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공간 정보 DNA를 품은 융·복합 정보가 미래 산업을 바꾸게 될 것이다.

김학성 웨이버스 대표이사 hskim@wav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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