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약품 사후 효능 검증 추진, 위험분담 약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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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티이미지뱅크

이르면 내년부터 병원 진료정보를 수집, 위험분담 약제를 대상으로 효능을 재평가한다.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근거해 의약품을 등재하지만, 사후 효능을 재평가하는 장치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기회에 특정 의약품만 혜택을 입는 위험분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연말까지 의약품 효과를 확인하는 병원 진료기록 수집 체계를 구축한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병원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일부 의약품 효능 재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에 마련하는 체계는 진료기록에 기반해 환자가 사용한 약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게 목적이다. 수집 정보는 환자상태, 암 진단 시 종양 부위, 과거 치료이력, 병소 개수, 전이 부위, 부작용 등을 감안해 환자증례기록지(CRF)에 바탕을 둔다. 병원별 자료수집 표준화 매뉴얼을 개발하고, 데이터 수집 인프라로 임상정보 입력 시스템(EDC)을 구축한다.

대상 의약품은 위험분담제 약제다. 위험분담제는 2013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를 신속하게 급여 등재시킬 목적으로 도입됐다. 약물 안전성은 입증됐지만, 효능이나 비용 효과성이 불확실한 약제를 건강보험에 적용시키되 나중에 추후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판매금액 일부를 환급한다. 항암제 26개 등 총 32개 약제가 등록됐다.

이번 사업은 의약품 등재 후 효과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의약품은 일부 환자군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근거로 등재돼 실제 환자가 사용함에 따라 효능은 달라질 수 있다. 또 급여에 따른 재정영향, 계약 이행 사항 등 등재 전 고려했던 부분과 시판 후 상황이 다를 수 있어 종합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위험분담 약제는 정부가 효능과 재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신속하게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표준화된 재평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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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사옥 전경

김지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 차장은 “의약품이 쓰이는 현장에서 실제 임상효과를 사후적으로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진료정보를 수집해 임상시험과 차이를 비교하는 표준화된 재평가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기회에 단순히 위험분담 약제 재평가만이 아니라 제도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위험분담제는 최초 선정한 선발 약제만 재평가 대상이다. 이후에 개발된 의약품은 이미 선발 약제가 있기 때문에 위험분담제 적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최초 선정된 의약품만 관련 제도 혜택을 누리는 독점이 발생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시행 5년을 맞은 위험분담제는 환자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신속한 의약품 등재를 허용해 효과는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원칙상 대체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한정하다보니 후발 약제는 진입이 어려운데, 단순히 기존 약제를 재평가하는 표준을 만들기보다는 효능이나 재정효과가 떨어지는 약제를 과감히 탈락하고 다른 약제를 대상에 올리는 제도 활성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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