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 잡음부터 SAP 라이선스 이슈까지…한전 '차세대 ERP 사업' 가시밭길

한국전력공사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구축 지연은 프로세스혁신(PI)사업을 둘러싼 잡음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SAP와 라이선스 문제도 매듭짓지 못했다. 한전 차세대 ERP 사업이 난항을 거듭한다.

1일 소프트웨어(SW)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차세대 업무시스템 구축 관련 PI 및 요건 정의(이하 PI사업)' 사업자인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송변전 사업을 이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컨소시엄은 기성고·선금 미지급 등 한전에도 문제가 있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한전은 4차 산업혁명과 전력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도입과 업무 프로세스 재정립을 위해 PI사업을 발주했다. PI사업으로 범용 ERP 기반 구축과 자체개발 구축 방법을 모두 검토한 후 차세대 ERP 구축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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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차세대 업무시스템 구축 관련 PI 및 요건 정의 사업 범위

한전은 올해 PI사업을 끝내고 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컨소시엄과 갈등 등으로 8월 초까지 결과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 PI사업은 이미 한 차례 늦어졌다. 한전은 2017년 6월 차세대 ERP 구축을 위해 PI사업을 공고했다. 입찰과정에서 법정공방이 벌어져 사업자 선정 자체가 늦었다. 2018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기술협상에 6개월이 소요되면서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1년 정도 미뤄졌다.

여기에 최근 일부 컨소시엄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새로운 이슈까지 발생했다. 한전은 핵심 사업 수행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계약 포기를 요구했다. 컨소시엄 측은 거부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전은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예정대로 8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수 없으면 계약해지한 뒤 PI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ERP 구축을 위해서는 PI사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해 본 사업은 자연스레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컨소시엄 측에서 수수료 없이 사업기간 연장과 PI 핵심인 송변전 사업 분할 등을 주장했지만 무리한 요구”라면서 “컨소시엄이 PI사업 수행을 완료할 수 없다는 판단에 용역계약 포기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운영방식 컨소시엄이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회사 지분은 다른 컨소시엄사가 인수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PI사업 지연으로 본사업 시기는 불투명해졌다. PI를 포함한 본사업 규모가 총 1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한전 ERP사업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사업 재공고를 한다고 해도 예타 등으로 본사업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요원하다.

한전은 SAP 라이선스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법적 부담도 있다. 10년 이상 노후화된 ERP를 계속 사용해야 해 업무 부담까지 안았다. SAP는 한전이 약정한 ERP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은 한전 SAP ERP 사용자료를 한전KDN이 SAP에 제공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한전KDN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ERP 사용자료 요구에도 한전은 ICC에서 한전KDN에 자료를 받으라고 판결이 났다. 한전KDN은 한전에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식이어서 문제 해결이 안됐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