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대응은 전쟁입니다. 적이 누구고 어떻게 침투하는지 알아야 전쟁에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철저한 감시체계와 적을 분석하는 역량이 요구됩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 박테리아를 단순 감염병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매년 4000명에 가까운 환자가 사망하는데다 현 의료체계에서는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어 국가 차원 대책이 필요하다.
엄 교수는 매년 슈퍼 박테리아 감염이 급증하는 이유로 열악한 감시, 대응 체계를 꼽았다. 감염 70% 이상이 병원 내에서 환자, 의료진으로부터 이뤄지면서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이 진원지로 부상했다.
그는 “국민은 병원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해야 할 공간이라고 인식하지만, 실상 병원에는 가장 많은 세균과 병이 존재하는 위험한 공간”이라면서 “현 병원 구조 상 모든 감염병과 세균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슈퍼 박테리아는 단순 검사나 증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배양검사로 균을 정밀 분석해야 한다. 이조차도 대형병원이 아니면 어렵다. 감시 체계도 열악하다. 2000년대 들어 대한의료관리감염학회를 중심으로 중환자실 대상 감염병 감시체계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가입된 병원은 전체 10%가 채 안된다.
엄 교수는 “국가 감염병 관리 대책에 따라 모든 병원이 슈퍼 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나오면 국가 기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것은 병이 발생하기 전 모니터링이 아니라 사후 신고 개념”이라면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은 배양검사 등이 어려운데, 이들은 제쳐두고 대형병원에서만 감시가 이뤄진다면 감염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고위험군 배양검사를 확대하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소병원, 요양병원에서 감염자가 증상이 악화돼 대형병원으로 옮겨지면, 거기서도 감염이 이뤄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장기적으로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도 항생제 사용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 실제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60%가 동물이 대상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항생제 내성균을 가진 가축을 가공해 식품으로 만들 경우 사람이 섭취했을 때 감염이 발생한다. 실제 정부도 최근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치료제 출시나 개발 동기를 높일 합리적 약가 대책도 필요하다. 비싼 외국 의약품에 의존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약가를 제시해 국산 의약품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
엄 교수는 “최근 항생제 내성균을 가진 가축 고기를 섭취했을 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는 만큼 슈퍼 박테리아를 인간과 동물, 환경과 연관 짓는 원-헬스 개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낮은 가격에 약을 공급하기 보다는 일정부분 정부가 보존해 개발 동기를 부여할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