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사상 최다 규모의 중국향 신규 항공운송 노선 배분을 진행한다. '운수권 총량제'가 도입되면서 대형항공사(FSC)나 일부 LCC가 독점하던 노선이 사실상 경쟁노선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 운수권 배분에는 관광, 사업 수요가 모두 많은 베이징, 상하이 노선도 포함돼 올해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는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받은 제재 때문에 이번 배분에도 배제가 예상된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한국~중국' 노선 운수권 신청을 마무리 하고, 이르면 내달 2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운수권 배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운수권 배분은 지난 3월 개최된 '한·중 항공회담' 결과에 따른 것으로, 양국 간 운수권을 주 70회 늘린다. 양국 간 여객 운수권은 현재 주 548회에서 608회로 60회 늘어난다. 화물 운수권은 주 44회에서 54회로 10회 늘어난다. 이번 운수권 확대는 2014년 주 70회 늘어난 이후 약 5년 만이다. 2015년 비공식 국장급 회담을 통해 6개 노선에서 주 18회가 늘어난 적은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이후로는 회담조차 열리지 못했다.
이번 운수권 배정에는 처음으로 '총량제'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노선별로 운수권을 설정했지만, 이번에는 총 4개의 유형으로 나눠서 총량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배분 노선은 △한국 허브공항~중국 허브공항(인천~베이징·상하이) 주 129회 △한국 지방공항~중국 허브공항 주 103회 △한국 허브공항~중국 지방공항 주 289회 △한국 지방공항~중국 지방공항 주 87회 등 4개 유형으로 관리된다. 이처럼 운수권 확대 및 총량제 도입으로, 기존에 독점 운항되던 주 9회 이하 운항노선 56개는 최대 주 14회까지 늘어나게 된다.
사실상 독점 노선이 사라지는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노선은 첫 번째 유형인 베이징·상하이 노선이다. 인천 발 베이징·상하이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국 항공사만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총량제 도입으로 '인천~베이징' 주 14회, '인천~상하이' 주 7회가 늘게 되면서 각각 45회, 56회가 된다. 하늘길이 넓어진 만큼 최대 LCC 2곳이 운수권을 배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CC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상하이 노선은 관광, 비즈니스 수요가 모두 많은 노선으로, 지금까지 FSC만 독점해온 알짜노선”이라며 “LCC가 운수권을 가져가면 운임 하락, 서비스 상승 이라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LCC 업계가 이번 운수권 배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진에어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국토부가 조현민 전 부사장이 미국 국적으로 등기임원을 지낸 것이 드러난 것에 대해 내린 제재조치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2월 몽골, 싱가포르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다. 이번에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당시 국토부는 진에어가 경영정상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신규 노선 취항,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 허가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진에어 측은 지난 3월 이사회 구성 변경,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 제재 해제 등 국토부가 정한 경영개선방안을 이행했다. 또 고(故) 조양호 회장도 지난해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사퇴했고 등기임원에서도 물러난 바 있다.
진에어 측은 “국토부가 진에어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고 중국 신규 운수권 배분에 공정하게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