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
45년 간 한진그룹을 지켜온 고(故) 조양호한진그룹 회장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본인이 승계 과정에서 벌어졌던 형제 간 다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는 유언이다.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숨을 거둔 고 조 회장은 12일 새벽 4시 40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 시신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준비된 차량을 통해 빈소가 위치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고 조 회장과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다. 조 사장은 “고인이 마지막 말씀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하셨다”면서 “임종만 지키고 왔는데 앞으로 가족들과 협의해서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 조 회장 빈소는 조문 시작 시간인 정오보다 훨씬 전부터 분주했다. 오전 8시부터 조화들이 도착했다. 9시 50분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도착했고,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도 그 옆에 자리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들도 빈소 내부로 들어갔다.
조회장의 자녀인 삼 남매는 각기 따로 빈소에 도착했다. 상주인 조원태 사장은 오전 10시30분께 상복 차림으로 도착했다. 11시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고 조 회장 작은아버지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도 도착했다.
정·재계 첫 번째 조문객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었다. 정 이사장은 오전 11시 45분께 부인 김영명 여사와 빈소를 찾았다. 조문 뒤 정 이사장은 “최근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텐데 이런 거 저런 거 미안하다”면서 “가끔 뵙곤 했는데 너무 빨리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빈소를 찾은 최태원 회장은 “존경하는 재계 어른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오후 3시께 조문한 이재현 회장은 고인에 대해 “훌륭하신 분이었다”며 애도했다. 박용만 회장은 약 15분간의 조문을 마치고는 “일에 관한 기억이 많은데, 업에도 굉장히 밝으신 분인데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빈소를 찾아 “항공업계의 너무 훌륭하신 분이 가셔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뒤이어 모습을 보인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 ”생전에 고인을 재계회의에서 많이 뵀다”고 회상했다. 이 외에도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허태수 GS홈쇼핑 대표,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 조 회장과 인연이 깊었던 정계인사들의 조문도 많았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이 1시33분께 조문했고, 이어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김 실장은 고 조 회장에 대해 “고인께서 항공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국회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자 의원은 “세상을 떠나셔서 아쉬움이 많다”면서 “많은 업적으로 우리나라 항공계에 도움이 되셨는데,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함께 유치했던 정병국 의원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지부진 할 때도 위원장을 맡으셔 올림픽 유치에 큰 공을 세우셨다”고 했다.
오후 3시10분께 빈소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15분간의 조문을 마치고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서 같이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나라와 국적항공 발전을 위해 애써주셨는데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분이 남긴 뜻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례는 이날부터 16일까지 5일간 한진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16일 오전 6시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조 회장의 아버지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선영도 신갈에 자리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