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소형 전기차 수요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판매 중이거나 판매를 앞둔 차량 대부분이 중국산 플랫폼(차량 골격)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가장 큰 부품 비중을 차지하는 플랫폼과 배터리까지 중국산으로 채워지면서 국가 보조금 지원 사업은 물론이고,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 나온 5개 초소형 전기차 업체 제품이 전부 중국산 플랫폼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약 2000대에서 올해는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진다. 정부·지자체 보급 사업에다, 우정사업본부까지 우편배달용 신규교체 수단을 초소형 전기차로 정하면서 올해 물량은 5000~6000대로 늘어난다.
이번 서울모터쇼에는 대창모터스·쎄미시스코·마스터자동차·캠시스·SNK모터스 등 5개 업체가 연내 국내 판매를 앞둔 10여종의 초소형 전기차를 대중에 공개했다. 이들 차량은 모두 중국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다만 이 중에서 대창모터스의 '다니고'와 쎄미시스코 'D2'는 중국산 플랫폼을 썼지만, 한국산 원통형(규격18650) 배터리를 비롯해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원공급장치 등 각종 전력제어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개선했다. 이들 업체는 차량 생산도 국내 오창과 세종공장에서 각각 진행한다.
반면에 이 두 업체를 제외한 초소형 전기차는 중국산 플랫폼과 배터리를 장착,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국토교통부, 환경부 인증을 비롯해 국가 보조금 평가까지 앞두고 있다.
관련 업계는 차량 플랫폼을 제작할 기술력 부재와 자금력 한계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되다 보니 완제품 개발·생산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초소형 전기차 업계 한 대표는 “자체 기술도 제한적이지만, 예산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 플랫폼을 쓸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은 중국산을 쓰지만, 배터리나 각종 전력제어 장치는 국내 기술로 초소형 전기차에 최적화시켜 안전·주행 성능을 높였다”고 말했다.
캠시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하고는 있지만 자체 설계기술로 개발했고 국내생산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르노삼성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올 하반기부터 100% 국내 생산을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 초소형 전기차의 플랫폼을 국내 다른 업체에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부품연구원이 국가 과제로 초소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 사업을 이달 중 확정하는데, 영광군·자부연 컨소시엄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환경부 420만원에다, 지자체별로 500만~7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