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종언 감독의 '생일(Birthday)'에서 전도연은 순남 역을 맡았다.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은 내부자이고 당사자이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떨어져 있던 인물이다. 영화는 인물이 같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하면서 결국은 자신이 치유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도연은 감정을 영화적으로 과하게 표출하지 않으면서도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거절을 했지만 계속적으로 그 이야기를 생각하고 나누고 궁금해 했다
전도연은 감독으로부터 영화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거절한 것이 거절한 것이었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거절을 하고도 계속 그 이야기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선택할 때와 똑같이 어렵고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며 “끝난 이야기가 아니고 이 작품이 새로운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고, 있는 오해의 골을 깊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
'생일'에서 순남은 몇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남편 정일이 쉽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집을 비롯한 물리적 공간과 내면의 마음 모두 해당된다. 순남은 정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아픔을 겪은 희생자 가족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순남이 다른 사람과 상황, 환경 등 더 이상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아들 수호가 없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순남은 어떤 것이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수호를 놓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 수호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다 내 탓'이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전도연은 “시나리오에 맞춰 충실하게 연기하려고 했다”면서 “특히 '생일'은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작품이다”라며 “영화 속에서 순남을 질문한 대로 느꼈다면, 과하지 않고 넘어서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를 보고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강요하지 않아서”라며 예민한 부분이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을 버티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 어느 한 쪽으로 강하게 표출할 수도 있는 캐릭터에서 범위를 유지한 이유는?
'생일'에서 순남은 어느 한 쪽으로도 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전도연은 절묘하게 범위를 유지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강한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면 사실은 좀 불편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순남이 주변 사람을 거부했던 것은, 아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것이 그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30분 롱테이크 생일 장면에서의 감정 처리
'생일'에서 마지막 30분의 롱테이크 생일 장면에서 전도연은 감정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갑자기 긴장을 확 풀어 관객을 허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전도연은 “현실을 마주하고 떠나보내게 됐을 때, 생일 모임에 갔을 때 (순남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처음 느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아픔의 방식이 나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방식을 존중하면 되는데 순남은 존중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나와 다른 방식의 슬픔이나 아픔을 받아들이는 순간, 순남도 홀가분해졌을 것 같다”라고 생일 장면의 감정을 전했다.
영화 '생일'은 사건보다는 정서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전도연은 “아무리 인터뷰를 하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그렇지 않은 영화라고 해도 오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직접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