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핫이슈] 디즈니 '덤보', 흥행 부진 이유

팀 버튼 감독과 월트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라이브 액션 '덤보'가 지난 주말 개봉했다. 북미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2천만 달러(한화 약 1,364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기대한 성적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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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1일(현지시간) '덤보'의 흥행 부진에 대해 보도했다. '덤보'는 북미 첫 주말 수익이 4천 5백만 달러(한화 약 510억 원)를 벌어들이며 예상치(5천만 달러 이상) 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북미에서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들 중, 가장 낮은 오프닝 성적이다.

2015년 '신데렐라'가 6,790만 달러, 2014년 '말레피센트'가 6,940만 달러, 2016년 '정글북'이 1억 3백만 달러, 2017년 '미녀와 야수'가 1억 7천 8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모두 5천만 달러 이상의 첫 주말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다. 세계 영화시장 2위 중국에서 개봉 첫 주말 천만 달러, 영국에서 7천 4백만 달러, 국내에서도 2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어스', '돈'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를 제외한 해외 수익도 7천 3백만 달러 수준에 머물며 기대치를 밑돌았다.

버라이티 등 미국의 매체들은 '덤보' 실사 영화의 흥행 부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 '덤보' 캐릭터에 대한 메리트 부족

'덤보'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1941년에 나왔다. '라이온 킹', '알라딘' 같이 90년대에 나온 다른 디즈니의 캐릭터에 비해 요즘 아이들과 부모세대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는 캐릭터의 인지도나 선호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관객들은 낯선 캐릭터를 보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덤보' 캐릭터가 북미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점도 월드와이드 흥행에 걸림돌이 된다. 중국이나 국내에서의 개봉 첫 주의 성적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 평단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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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 로튼 지수 (로튼토마토 사이트 캡쳐)

미국의 유력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의 신선도 지수가 50%를 밑돌면서 평론가들의 좋지 못한 평들이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 흥행의 성패는 입소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객들이 기존의 평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영화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난 2011년에 개봉했던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로튼 지수 51%에도 불구하고 월드와이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368억 원)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경우처럼 관객들이 가족 영화의 선택에 있어서는 평론에 따라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위안거리이다.

▷ '캡틴 마블'의 장기 흥행이 악재

두 영화가 타겟으로 삼는 관객층이 겹치고 같은 디즈니 영화라는 점도 흥행에 걸림돌이 된다. '캡틴 마블'이 개봉 한 달째 박스오피스에서 강세를 보이며 같은 디즈니사의 '덤보' 관객들을 빼앗아 갔다고 분석했다.

'캡틴 마블'도 가족들과 보기 적합하고 매니아층이 탄탄한 마블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콘셉트인 '덤보'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까지 '덤보'의 흥행 성적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에 개봉했던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초반 성적 부진을 딛고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기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덤보'의 제작비는 약 1억 7천만 달러로 추정된다.)

‘아기 코끼리 덤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매번 독창적인 미장센을 보여주는 팀 버튼 감독 그리고 영화계의 절대강자 디즈니가 뭉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라이브액션 '덤보'가 과연 초반 흥행의 부진을 씻고 재도약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덤보'는 지난, 3월 27일 국내 개봉했다.


전자신문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