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는 고양이 M.chat를 만나러 가요" M.chat 고양이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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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M.chat 고양이’ 전시가 열리고 있다. ‘M.chat’에서의 M은 프랑스어 monsieur의 약자로 ~씨, ~귀하로 해석되고 chat는 프랑스어로 고양이를 뜻한다.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무슈.샤’라 읽으면 되고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Mr. Cat’ 정도의 느낌이지 않을까 한다.

‘M.chat’의 작가인 ‘토마 뷔유(Thoma Vuille)는 1977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라피티가 공공의 장소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기 때문에 환경 미화를 해치는 범법행위로 치부되어 초창기에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범죄자로 경찰에 붙잡히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토마 뷔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길거리에서 ‘M.chat’를 그리다가 여러 차례 소송을 당했고  ‘그라피티 범죄 및 상습적 범행’이라는 죄목으로 3개월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토마 뷔유’의  ‘M.chat’를 사랑하던 대중들은 그에게 내려진 형벌이 가혹하다 주장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는 등 그의 편이 되어주었고 그 결과 판결은 벌금형으로 축소되어 마무리되었다..

불과 십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니, 길거리 예술인 그라피티가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하면 떠오르는 ‘키스 해링’은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고인이 된 ‘키스 해링’과 달리 ‘토마 뷔유’는 현존하는 그라피티 작가로서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방문하며 ‘M.chat’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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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뷔유’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한국에 방문하여 한강다리의 교각과 대학로의 골목길, 종로의 소격동과 젊은이들의 메카인 홍대, 강남의 논현동 등지에 ‘M.chat’의 흔적을 남겨놓았었다. 이번에도 단순히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방문하지 않았고 지하철의 객차에 ‘M.chat’를 그리거나, 금융권과 콜라보 한 퍼포먼스 행사도 진행하고 야구팀의 전지훈련에 특별한 초대손님이 되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였다.

전시 역시도 소홀하지 않아 기존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의 숫자보다 이번 ‘M.chat 고양이’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 더 많다. 특히나 ‘M.chat 고양이’가 위치한 한가람미술관의 바로 옆 건물인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에르제:땡땡’ 전시와 관련된 작품들이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최사의 대표가 ‘토마 뷔유’에게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 대표 만화가인 ‘에르제(Herge)’의 전시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 중인 점을 전했고 그에 자극을 받은 ‘토마 뷔유’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에르제’의 작품들을 오마주 하는 그림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그뿐 아니라, 국내 공공기관인 한국 경찰청 및 유수의 기업들과의 콜라보 작품들을 준비하기도 했다. 전시 작품과 전시관 곳곳에서 ‘서울’이라는 낯익은 한글을 볼 수도 있고 에펠탑과 남산타워가 함께 그려진 그림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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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전시와는 다르게 액자나 프레임 안에 작품들이 한정되어 있지 않고 전시관의 벽면까지도 캔버스의 연장선상처럼 활용하여 그림을 그린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가 끝나고 나면 철거될 벽면을 정성스레 가득 채운 ‘토마 뷔유’의 흔적들 덕에 전시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양 느껴지기까지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가 손수 꾸며놓은 미술관을 거니는 기분은 전시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지 않을까 한다.

앙리 루소, 앙리 마티스, 페르난도 레제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오마주한 그림들도 있고 월트 디즈니, 앤디 워홀, 앞서 언급했던 키스 해링 등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군데군데 표현되어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토마 뷔유’의 내한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되었던 북미회담이 떠오르는 작품들도 있고 그의 아이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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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토마 뷔유’는 ‘M.chat’를 통해 미술관이라는 정적인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웃는 고양이 ‘M.chat’는 ‘토마 뷔유’의 분신이 되어 그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익살스러운 ‘M.chat’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어려운 일도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되니 말이다.

상징적인 그림 하나, 캐릭터 하나로 국적과 신분에 대한 차별 없이 누구나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니 ‘토마 뷔유’가 ‘M.chat’를 통해 전파하는 무한 긍정 파워는 그 한계 없었으면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회로 웃는 고양이 ‘M.chat’를 만나고 ‘토마 뷔유’가 전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는 것을 어떨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노란 고양이의 표정을 떠올리며 현재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