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리뷰]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려낸 가족과 가장 이야기, 영화 '라스트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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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포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라스트 미션'이 개봉했다. 1930년생인 그는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90세. 극 중에서 '얼 스톤'이라 불리는 87세의 마약 운반책이었던 실존 인물 '레오 샤프'를 연기한다.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는 '15시 17분 파리행 열차'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등 최근까지도 여러 작품이 있지만 배우로 카메라 앞에서 함께 했던 가장 최근 작은 2009년에 개봉했던 '그랜 토리노'이다. 올해가 2019년이니 무려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하나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라스트 미션의 원제는 'The MULE'로 말과의 포유류인 '노새'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속어로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을 운반하는 이를 뜻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직설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노령의 마약 운반원을 나타낸 셈이다.
 
그러나 영화는 마약을 운반하는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기 보다 나이 든 가장을 이야기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실제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의 일원으로 마약 운송을 담당했던 '레오 샤프'는 그 일을 통해 큰돈을 손에 쥐었고 가족과의 불화를 개선하는 데에 그 돈이 도움을 줄 거라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던 가장이었다.

 
틀어지고 골이 깊어진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던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는 마약을 운반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일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와 같은 '레오 샤프'라는 인물을 단순히 마약을 운반한 범법자로 해석하지 않고 가족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가장 '얼 스톤'으로 풀이하여 영화에 녹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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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포토

더욱이 라스트 미션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친딸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극 중 '얼 스톤'의 딸 역할로 출연한다. 이미 세 편의 영화에서 아버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한 전적이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그 느낌이 남다르다. '앨리슨 이스트우드'는 아버지가 영화의 딸 역할에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라스트 미션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레오 샤프'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1964년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던 그의 캐릭터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 분야를 통해 회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성공한 스타의 대열에 서게 했다.
 
여느 스타들처럼 전성기 이후 그 빛이 사그라들거나 방탕한 생활로 비명횡사하는 일없이 영화계에서 꾸준하고 성실한 활동을 이어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지만 그러한 그도 유명한 배우, 감독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가장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자신의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나이 많은 노인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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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 속 '얼 스톤'이 가족보다 일이 먼저인 삶을 살았던 자신을 책망하고 뒤늦게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며 용서받을 자격조차 없다는 투의 대사를 읊을 때마다 가슴이 저릿저릿 해지는 것은 그 대사 하나하나가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외국영화가 국내 개봉을 위해 제목을 한글화하면서 영화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라스트 미션은 그와 반대로 영화의 본질을 다양한 각도에서 곱씹어 볼 수 있도록 하였기에 고맙기까지 하다.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려낸 가족과 가장의 가슴 먹먹한 감동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는 것을 적극 추천해 본다. 하나의 작품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그를 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