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건강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습니다. 치매 검사를 받아보세요.”
의사 처방이 아니다. 생활 패턴을 꾸준히 체크하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터치케어 서비스의 판단이다. 식사 간격이 줄어들고 불규칙한 패턴이 2주 넘게 반복되는 것을 미심쩍게 여겼다.
소식을 접한 자녀 A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곧바로 어머니와 병원을 찾았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대처법을 설명 들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알아차린 덕에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A씨는 대구에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닌다. 어머니 곁에서 약과 식사, 운동을 거르지 않도록 챙겨주는 터치케어 서비스에 고마움을 표했다.
터치케어 서비스는 생활 데이터를 분석, 독거노인을 비롯한 어르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디엔엑스(대표 권은경)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 개발했다. 사람 몸이 닿아야만 통신이 이뤄지는 '인체 통신' 기술을 적용했다. 제품 상용화가 가능한 세계 최초 기술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기존에 쓰던 가전제품이나 사물에 작은 태그를 부착하면 준비가 끝난다. 손목 밴드를 착용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면 개별 사물 접촉 정보가 자동 수집된다. 누적된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 생활 패턴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보호자에게 관련 정보를 보낼 수도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주제 연구개발이 이뤄져 왔다. 수집 데이터 부정확성으로 상품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확성을 높이려면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에 쉽지 않다. 정부가 운영하는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는 집안에 화재나 가스감지기를 부착하는 수준에 그친다. 디엔엑스는 이 같은 한계를 인체 통신 기술로 풀었다.
노인 복지 예산 절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생활 패턴 분석으로 질병 조기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도 길러준다.
정부는 노인 돌봄 및 응급안전 알림 서비스에 매년 수천억원 상당 예산을 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누적 준비금이 2022년 고갈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2017년 기준 연간 급여 이용 수급자가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터치케어 서비스는 성능 검증을 통과했다. 최근 막을 내린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오렌지로부터 제품을 주문받았다. 독창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얻은 결과다.
권은경 디엔엑스 대표는 “터치케어 서비스를 보급, 어르신들 생활에 활력을 북돋아 줘야 한다”며 “천문학적 규모 의료비를 절감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