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인터뷰] 정태춘-박은옥 40 Project' 기자간담회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기자]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 속의 사회적 메시지들로 대중의 마음 한 켠을 묵직히 울려온 '가객'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40년의 가수인생을 돌아보며, 시대적인 가치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는 '정태춘-박은옥 40 Project'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는 정태춘·박은옥 등 두 아티스트와 이은 명필름 대표, 박준흠 대중음악기획자, 김규항 '고래' 발행인 등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 협력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배우 권해효의 사회로 전반적인 프로젝트 추진일정을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정태춘·박은옥은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비롯해 새 앨범·작품 전시회 등 프로젝트 행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전했다.
◇'7년만의 서정적 음악 에세이' 정태춘·박은옥, 내달 새 앨범 '사람들 2019' 공개
정태춘·박은옥 40프로젝트의 대중접점은 크게 앨범·전시·콘서트 등 세 부분에 걸쳐있다. 먼저 '사람들 2019'라는 타이틀로 공개될 새 앨범은 2012년 발매된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음악작품이다.
특히 딸인 싱어송라이터 정새난슬의 제안에 따라 '늙은 목소리로 젊은 시절의 노래를'이라는 콘셉트 속에서 기타 중심의 미니멀한 반주로 재편곡된 '빈 산'·'고향'·'나그네' 등 정태춘의 대표곡이 수록된다. 여기에 1995년 만들어졌던 '외연도에서', 최근 만들어진 '연남, 봄 날', 가사를 새롭게 바꾼 '사람들 2019' 등의 신곡도 함께 담긴다. 실제 가믹싱된 두 곡을 들었을 때, 섬세하게 쓰여진 감성에세이의 일면을 직접 읽는 듯한 짙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정태춘은 "늙은 목소리로 젊은 시절의 노래를 한다라는 딸의 콘셉트 구상에 따라 기존 노래들 중에서 선별된 곡들과 묵혀뒀던 노래, 최근의 노래, 기존에 발표된 '사람들'의 가사를 바꾼 '사람들 2019' 등 신곡을 더해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2019는 시사적인 내용의 곡이다. 곡 가사부분에서 우리가족이나 이웃의 풍경도 나오지만, 2017년 자료 속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죽음들의 이야기와 차별들을 새롭게 담아냈다"라고 덧붙였다.
박은옥은 "신곡 '연남, 봄 날'은 정태춘이 저도 새 앨범에서 한 곡정도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만들어준 곡이다"라며 "이 곡은 몇년간 부침(浮沈)이 있었던 가족사를 담은 곡인데, 곡을 만든 정태춘만큼 저는 감정이 끌어지지 않아서 직접 부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곡이 새 앨범 중에서 정태춘이 가장 아끼는 앨범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정태춘 감성붓글 30점 공개' 트리뷰트 전시회 '다시, 건너간다'
프로젝트 부문 중 전시파트는 '다시, 건너간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정태춘이 음악활동을 중단하면서 몰두했던 캘리그래피 작품과 이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 50인의 트리뷰트 작품이 공개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특히 전문적인 교육없이도 감성적으로 써내려간 정태춘의 필체와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음악적인 감성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춘은 "아, 대한민국·종로에서·건너간다·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등의 곡을 내놓는 와중에 대중적인 피드백이 미미했다. 대중예술가라면 대중기호도를 좇아갈 필요도 있겠으나, 저는 사회 내부부터 세기적인 문제와 인간, 문명에 대한 문제 등에 관심이 옮겨갔다"라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활동을 중단하면서 다른 것을 해보게 됐다. 노래가 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는데, 붓글로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글쓰기에 몰두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7년간 음악창작 없이 사진과 가죽공예, 붓글씨 등을 했다. 서예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엔 늦은 나이라 조형성 보다는 글 내용에 중점을 둬서 썼다"라며 "제가 '붓글'이라 표현하는 것들을 이번에 30점 정도 선보일 예정이다 반산(反産, 산업화 반대), 서울에서의 일상, 노래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아 다채롭게 썼다"라고 덧붙였다.
◇정태춘·박은옥, "콘서트 '날자, 오리배', 둘을 기다려준 팬분들을 위한 무대"
콘서트 '날자, 오리배'는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는 11월까지 총 16회(앵콜 1회 포함) 등의 전국순회 공연으로 진행될 이들의 콘서트는 정태춘·박은옥에 대한 추억과 함께, 일련의 프로젝트 작품들과 맞물려 시대적인 메시지와 새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춘은 "콘서트 타이틀인 '날자, 오리배'는 11집 마지막 수록곡명이다.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바 콘서트 타이틀로 선정했다"라며 "지금은 저 스스로 대중음악 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생각하기에 데뷔 40주년이라는 감각은 딱히 없다. 다만 음악하면서 만난 동료나 선후배, 제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준 팬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은옥은 "저는 원래 숫자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서 별다른 감회는 없다. 다만 오랫동안 노래하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이 둘을 기다려준 많은 분들에게 무대를 선사한다는 기회로 공연을 하게 됐다. 공연으로는 2012년 이후 7년만인데, 정태춘을 위해 공연하겠다라는 생각이 컸다"라고 말했다.
◇정태춘 "실존적 고민과 메시지 담았던 내 음악, 이번엔 '시장 밖 예술' 화두 됐으면"
요컨대 정태춘·박은옥은 이번 40주년 프로젝트 속에서 다양한 선후배 예술가들과의 협력과 함께 자신들의 메시지를 새롭게 전하고, 대중과의 현실교감과 예술적인 다양성을 회복하길 바란다라는 희망을 품고있었다.
정태춘은 "초등학교때 기타를 시작으로 얼떨결에 가수가 돼서 상도 받고 노래인생을 살아왔다. 음악적으로 준비없이 시작했지만, 주어진 환경속에서 열정을 다했고 음악으로서 내 존재와 실존적인 고민, 메시지들을 전달해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관심분야가 바뀌고 그러한 정서를 노래에 담아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것을 시장이 지배하는 구조를 떠나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예술, 즉 '시장밖 예술'을 부각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은옥은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음악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정태춘처럼 곡을 만들수 있는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흔히 정태춘의 음악이 80년대 후반에 바뀌었다고 하는데, 개인의 일기에서 사회의 일기라는 정태춘의 말처럼 점차 바뀌어온 바 시대적인 흐름에서 관통되는 것이 있다. 사회적인 시선과는 달리 40년이 지나도 여전한 정태춘의 서정성이 부럽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