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를 선언했다. 더 이상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법 행위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7일에는 남양유업, 14일에는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도 배당 정책 관련 주주 제안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찬성 측은 기관투자가의 경영 참여로 지배 구조나 경영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수익성이 향상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경영권 전횡으로 인한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기관투자가의 과도한 기업 경영 관여가 정상 경영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연기금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기업 길들이기'나 궁극으로는 연기금을 통한 기업 지배, 즉 연금사회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미래기획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를 제안한 바 있다. 지배구조 관행에 문제가 있거나 배당이 현저히 낮은 기업을 '포커스 리스트'에 넣어 집중 관리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결정은 이를 선언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 결정이 원칙에 부합한가 문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은 투자 지분 가치 보호를 위해서 행사돼야 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오너 일가의 위법 혐의로 인해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주주권 행사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국민의 공분이나 지탄을 받는 기업인에 적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민연금의 본령은 국민 재산을 관리하는 기관인 만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얼마나 적극 활용될 수 있는가는 논쟁거리다.
둘째 경영 참여 대상의 문제다. 지분율이 10%가 넘을 경우 공시 의무와 단기매매 차익 반환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제외하고 한진칼에만 경영에 참여하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법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서 굳이 경영 참여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너 리스크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 문제는 두 회사에 모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같은 의무를 국민연금에 한해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제도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예외를 인정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셋째 적정한 절차와 기준 문제다. 이번 과정에서 지난 1월 16일 공표한 가이드라인 상의 절차를 충분히 거쳤는지 문제다. 만약 기금운용위원회가 이와 관계없이 경영 참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면 추후 그 요건과 절차를 새로이 정해서 대외에 공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이드라인의 예외를 정하는 만큼 중대한 불법 행위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 등 필요 요건 역시 구체화해서 정해야 한다.
넷째 여타 주주행동주의펀드와의 공조 문제다. 주주행동주의펀드와 공조해서 기업 지배 구조나 경영 개선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경영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정책 수행 기관이 아니듯 수익률만 좇는 민간펀드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 시장과 경제에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라는 큰 획이 그어졌다. 앞으로 여타 연기금을 거쳐 다른 기관투자가로 확산될 개연성도 있다. 그런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가 가져다주는 긍정 효과를 최대화하되 부정 성격의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답은 분명하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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