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휩쓴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비결은 中디지털 보따리상

중국 대륙에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열풍이 뜨겁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쇼핑몰과 소셜 마케팅 플랫폼에서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가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관광객에게는 한국 여행 시 '필구'(필수구매) 목록에 올라 있다. 중국에 돌아가서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다시 찾는다. '다이궁'이라 불리는 중국 디지털 보따리상에게 낙점,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한류 대표 상품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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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와 온라인 쇼핑플랫폼에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대문 할아버지의 주인공인 장기수 동경식품 사장이 17일 서울 남대문시장 내 자신의 가게에서 중국관광객에게 딸기말랭이를 판매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17일 패션·의류 소셜 커머스에 특화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훙수(小紅書)에서 '난다먼 라오예예'(남대문 할아버지)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1000개가 넘는 딸기말랭이 판매 글과 리뷰가 등록돼 성업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도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대리구매 셀러(판매자) 페이지 수백 건이 확인된다.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 비리비리 등에는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해당 점포를 직접 찾아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하는 영상 수백 건이 구매 연락처와 함께 게시됐다. 일부 방송진행자(BJ)는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로부터 구매 신청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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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에 올라온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동경식품) 방문 영상.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의 주인공은 남대문시장에서 동경식품을 운영하는 장기수 사장이다. 50년 넘게 이곳에서 건어물 장사를 해 온 장 사장은 중국에서 유명인 반열에 올랐다.

중국 관광객은 물론 대리구매상이 장씨와 함께 인증 샷을 찍어 SNS에 올리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장 사장이 대리구매상 이름이나 판매 아이디, 상호가 적힌 쪽지를 손에 들고 찍은 사진은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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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에는 동경식품 장기수 씨와 찍은 인증샷을 활용해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를 판매하는 페이지가 300여개가 넘게 등록됐다.

장 사장은 “2~3년 전부터 중국인이 많이 찾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와서 방송도 찍고 사진도 찍고, 물건도 대량으로 사 가고 있다”면서 “좋은 상품을 거짓말 안 하고 성실하게 팔았더니 중국 손님들이 다시 찾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이른 아침에도 가게 앞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봉지 한 가득 구매하는 관광객부터 캐리어 여러 개를 가져와 딸기말랭이와 쥐포로 가득 채우는 대리구매상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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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와 온라인 쇼핑플랫폼에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대문 할아버지의 주인공인 장기수 동경식품 사장이 17일 서울 남대문시장 내 자신의 가게에서 중국관광객에게 딸기말랭이를 판매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저장성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는 중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하다”면서 “샤오훙수에 올라온 리뷰와 판매 글을 보고 이번 여행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잡았다”고 전했다.

샤오훙수는 SNS와 온라인 쇼핑몰을 결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월간 이용자 수는 3000만명에 이른다. 이른바 '왕홍(網紅)'이라 불리는 인기 인플루언서(SNS 유명인)가 아니라 하더라도 개인 단위 대리구매상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틱톡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알려진 더우인 역시 15초 이내 짧은 클립 영상에 쇼핑몰 기능을 접목, 전자상거래 분야 강자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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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 마케팅 플랫폼 샤오홍슈에 올라온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 관련 판매·리뷰 글

'남대문 할아버지 딸기말랭이'는 이 같은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 보따리상 유망 제품을 발굴, 현지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특히 식품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동영상과 사진 등을 활용해 펼친 '신뢰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기섭 KOTRA 항저우 무역관 차장은 “중국 시장의 주 소비층이 비디오 클립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샤오훙수·틱톡 같은 채널이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다만 다이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파트너를 맺을 땐 개인사업자로 등록해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곳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중국 현지 시장의 흐름과 성공 사례를 참고, 소상공인 대상 온라인 마케팅 지원 정책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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