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00기가 넘는 전기차용 급속충전기가 우리나라 전역에 깔린다.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이후 최대 물량이다. 올 연말이면 급속충전기 수가 전국 1만1700개 주유소 수의 절반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환경공단과 한국전력이 각각 900기, 500기의 급속충전기를 전국 각지에 구축한다. 한전은 전년도 계획과 비슷한 500대 수준에서 최종 계획을 수립 중이다. 여기에 한국자동차환경협회(300기)와 한국에너지공단(220기), 서울시(144기), 경기도(50기) 등 다수 지차체 물량까지 합하면 모두 2200기에 달한다. 대부분이 상반기 발주 물량으로 이들 충전기 가격만 따져도 약 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기존의 급속충전기는 약 5000기로 추산된다. 올해 신규 물량을 합치면 전국에 7000기가 넘는 충전기가 설치되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1788곳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국 주요소 수의 절반 이상 공간에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가 확보된다는 의미다.
환경공단과 자동차환경협회가 올해 구축하는 급속충전기는 대부분은 종전 제품보다 충전속도가 두 배 빠른 100㎾급 제품이다. 이 제품을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 60㎾h가 넘는 최신형 전기차의 완전(80%) 충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0분~30분이면 충분하다. 현대차의 2018년형 '아이오닉 일렉트릭(28㎾h)'의 경우 완충까지 15분이 걸린다. 그 만큼 충전기 이용 회전률이 높아진다.
전국에 급속충전기 수가 크게 늘면서 전기차 이용자들의 인프라 접근성은 좋아진 반면에 민간 충전사업자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에 깔린 급속충전기 95% 이상이 전부 정부·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구축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접근성이 좋은 거점은 정부가 모두 선점한 셈이다. 민간 시장을 준비 중인 다수의 정유사 등 에너지 업계의 충전소 부지 선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계 한 대표는 “급속충전기 공공입찰 물량이 늘어난 건 전기차 이용자나 업계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면서 “물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신속한 설치·운영과 이후 유지보수 관리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