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차 에기본, 기본 방향 공감 불구 속도 조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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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가 2040년까지 에너지 전환 종합 비전을 담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을 새해 초 확정한다. 학계·시민사회·산업계 등 에너지 분야 민간 전문가 70여명이 참여한 에기본 수립 워킹그룹은 지난달 7일 기본계획 수립방향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가 이달 세 차례 열렸다. 정부는 두 차례 토론회를 더 가진 후 새해 초 3차 에기본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워킹그룹 권고안과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3차 에기본에 담길 내용과 산업계가 주문하는 보완과제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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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에기본 권고안 뭘 담았나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재생에너지 중심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국민참여 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 에너지·자원협력 강화'

3차 에기본 수립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전문가 워킹그룹이 7개월간 논의를 거쳐 권고한 주요 추진과제다.

권고안은 2차 에기본에서 제시된 '수요관리 중심 정책전환' 기조를 이어받았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고효율 소비구조로의 혁신 추진 등을 담았다.

부문별로는 중장기적으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 선택용 요금제 확대 도입 등을 제시하고 새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권고했다.

공급시스템 측면에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스마트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가 전기, 열, 수소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고 활용되며 필요시 다른 형태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25~40% 범위로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에너지서비스 산업육성과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권고했다. 가상발전소, 국민 수요자원거래(DR), 양방향충전(V2G) 등 에너지 수요관리 서비스가 확산되도록 에너지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확산 위한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 빅데이터 허브, 에너지인터넷(IoE) 인프라를 바탕으로 융복합 신산업 비즈니스 개발과 실증·사업화 플랫폼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거와 달리 공급 측면에서 대규모 에너지 설비 증설 필요성이 점차 줄어드는 점, 수요 측면에서 효율적 에너지 사용과 함께 이를 통한 신산업과 양질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 등도 반영했다.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원전 축소…걸림돌 많아

워킹그룹이 제시한 권고안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제기했던 탈원전에 대한 반론과 함께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산업계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탈원전에 대한 반론은 2차 토론회에서 집중됐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원전 2035년 원전비율 29%를 명시했는데 3차 에기본은 신재생에너지 목표비율 40%만 제시했을 뿐 원전비율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온 교수는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상황에 따라 원전 비중을 가져가려는 의도”고 주장했다.

최종에너지소비 수요를 2017년으로 동결시켜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온 교수는 “2040년 에너지 목표수요를 2017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목표”라며 “그러려면 산업분야 위축, 발전원별 비용차이에 다른 전기 요금 인상 등 대책도 함께 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고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온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40%까지 끌어올리려면 여의도 면적 13배 토지에 태양광을 깔아야하는데 이는 현실 규제 여건이나 토지 부족 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3차 에기본은 현재 확보되지 않은 기술을 언급하며 계획을 세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 1, 2차 기본계획에서 논의한 태양광이나 지열, 풍력 등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도 미래기술 발전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계 에너지효율을 높여야한다는 주문에도 산업계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반론이 있다.

1차 토론회에서 남강임 철강협회 실장은 “에너지 절반을 주요 산업에서 쓰지만 개별 산업 에너지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 주범이라는 인식이 산업계에 쏠린 것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강진모 방직협회 부장은 “에기본에서 수요관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결국 징벌적인 적용이 되거나 아니면 산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균형 잡힌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를 강조하면 에너지 효율 달성 비용이 증가하고 역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일자리와 경제가치 창출에 어려움이 닥칠 것임을 시사한다.

현 정부 주요 에너지 정책 가운데 하나인 수소경제 정책에도 이견이 있다. 김현철 석유협회 상무는 “수소를 얻기 위해선 천연가스를 가져다 분해하거나 물을 전기분해 하는 방안뿐인데 휘발유와 경유 생산에 정유업계가 사용하는 분량도 인근 석유화학업체에서 구매해 부족하다. 물을 전기 분해하는 것은 전력이 충분할 때 가능한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정치구호보다 정책 탄력성 담아야

에너지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3차 에기본이 중점적으로 다룰 분야가 수요관리와 환경·안전 중요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3차 에기본 권고안도 용어만 달라졌을 뿐 '저탄소녹색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점에선 과거와 같다. 3차에서도 기존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여지가 많다.

변수는 앞으로의 수요 전망과 관련한 에너지 믹스다. 전력 수요 전망은 과거와 다르다. 2차 에기본은 앞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3차 에기본 권고안은 전력 사용량 증가세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믹스에선 3차 에기본의 원전 비중 축소 가속화가 점쳐진다. 2차 에기본도 1차 때 원전 비중 41%를 29%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3차 에기본에서는 원전 감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정책을 펼쳤지만 미완의 숙제가 많다. 계획만 내놓고 국제 유가 상승, 전력 부족 등 여러 여건으로 추진하지 못한 과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기본이 탈원전이란 정치구호에 묶여있기보다 현재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토대로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미리 계획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에너지산업의 현재와 미래 모습>

자료 에너지전환정보센터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의 핵심가치 달성을 위한 정량목표(안) >

자료 에너지전환정보센터

【 3차 에기본 워킹그룹별 주요 논의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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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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