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가 미국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모는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 챈들러, 템페, 메사, 길버트 4개 지역에 이르는 약 100마일(160㎞) 거리에서 자율주행 차량 이용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웨이모가 2016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해 온 곳이다. 차량은 흰색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를 개조한 미니 밴을 이용한다.
로이터통신은 웨이모가 경쟁사 제너럴모터스(GM), 우버에 앞서 자율주행차 수익화 사업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했다. 현재 대형 자동차제조사와 승차공유 회사 모두 자율주행차 고객 유치 및 기술 개발을 위해 앞 다퉈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탑승객이 '웨이모 원'으로 명명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아야 한다.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를 이용하듯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자율주행 차량은 차량 위에 돔 모양 센서가 달려 있어 일반 차량과 구분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운전대 앞에는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 운전자가 앉아 있으며, 좌석 등받이에 장착된 비디오 스크린 두 대가 뒷좌석에 탄 승객을 안내한다. 모니터에선 자동차 운행 경로와 각종 정보를 보여 주고, 외부 호출을 위한 터치스크린 버튼도 달려 있다.
웨이모는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승객은 당분간 지난해에 초대된 400명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운전자가 없는 완전 무인 운행이 언제 가능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현재 서비스 이용 가격은 우버와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앱 이용 가격과 비슷하다. 로이터는 시험 결과 3마일(4.8㎞)를 15분 동안 달리는 데 7.59달러(약 8500원)가 비용으로 들었으며, 이는 리프트 이용 가격인 7.22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지난주 웨이모 택시를 미리 체험한 결과 느리고 때때로 불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객이 '새롭다'고 여기는 시점이 지나면 서비스로써 계속 사용할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차량 규제는 여전히 서비스 확산에 발목을 잡고 있다.
존 크래프칙 웨이모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이 흘러 웨이모 원을 더 많은 대중이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서 “자율주행 기술은 많은 사람에게 새롭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모는 약 10년 동안 10억달러를 웃도는 금액을 자율주행차에 투자해 왔다. 미국 25개 도시 공공도로에서 600대에 이르는 차량으로 현재까지 1000만마일 이상 시험 주행을 했다.
관련 업계에선 웨이모가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공공 도로에서 시작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자율주행 서비스는 주로 제한된 환경이나 저속으로만 주행하는 폐쇄 환경에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피닉스 같은 대도시에서 상용화를 시작하는 것이 웨이모 야망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리조나주는 올해 초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던 우버 차량이 보행자를 치어 사망 사고가 난 곳이다.
외신들은 기술 장애는 물론 도전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테스트 결과 차량은 보행자를 잘 알아보지만 여전히 보행자 의도 구별에 애를 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치 '초보 운전자'처럼 운행한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남자가 서 있고, 명백히 길을 건너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데도 차량이 멈춰 섰다는 것이다. 또 정지 신호를 훨씬 앞서 속도를 늦추고 과속 방지턱을 넘어 느릿느릿 운행했다. 때로는 스피커 시스템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불안하게 차로를 변경했다.
또 애리조나는 미국의 다른 대부분 주보다 차량 운행 규제가 약한 편이다. 웨이모가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러한 느슨한 규제 탓이 컸다.
그러나 나머지 미국 지역은 제대로 규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연방 차원의 규제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법안은 상원에서 1년째 잠자고 있다. 데이터 및 개인정보 책임, 사이버 보안과 같은 핵심 쟁점 관련 제도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