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근 알코올 중독 전문의 “명상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치료한다"

지난 11월 13일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4809명이었다. 알코올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13명이라는 의미이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13.9%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4524억원으로 흡연의 7조1258억보다 더 많았다. 2017년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흉악범죄의 30% 이상(1만121명)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했다.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토크콘서트 ‘힐링닥터가 간다’를 진행하고 있는 사공정규 교수는 지난 1일 알코올 중독 전문의 이성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났다.

Photo Image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왼쪽)와 이성근 병원장

Q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병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주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과 면담할 때 일대일로 명상을 가르칩니다.

Q : 명상으로 환자들을 면담하신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A : 마음과 몸이 아프면 병원과 의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잘 낫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개인 면담 때 명상을 접목합니다. 한 발 떨어져서 마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게 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 지방축적 세포들이 추위에 강했지만 지금은 비만을 일으킵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중독이 되기 전에는 술이 인간사회의 모임에 윤할유 역할을 하였다 하더라도 중독이 되면 술이 사람을 마십니다. 과거에 술이 유용했지만 지금은 떠나보내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생활해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새롭게 거듭나야합니다. 그래야 중독에서 벗어나 평화와 즐거움을 키울 수 있습니다.

Q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이유는?
A : 사람을 치료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시계로 본다면 시침, 분침, 초침은 외과와 내과에서 치료합니다. 그런데 시계가 돌아가게 도와주는 일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치료하려면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봐야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질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개인에게도 많은 고통을 주지만, 환자의 가족과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회복되면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 웃음을 주고 더 나아가 사회도 보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주로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Q : 알코올 중독 전문의사로서 보람된 일은?
A : 알코올 중독 환자가 입원치료 후 정신약물치료와 명상으로 단주를 하였습니다. 퇴원하여 직업을 갖고 결혼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 금주와 명상을 권유하였습니다. 스스로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로 느꼈던 환자 분이 사회의 시민으로 돌아왔을 때,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돌아 왔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Photo Image
알코올 중독 환자와 면담하고 있는 이성근 병원장

Q : 알코올 중독 전문의사로서 어려운 점은?
A : 알코올 중독자는 ‘이제는 술을 끊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약속이 단 한 번에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잦은 재발로 좌절하고 포기할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알코올 중독은 만성적이고 잘 재발하는 병이기 때문에 환자 개인에게 맡겨 두지 말고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지요?
A :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중독 환자가 알에서 깨어나 나비처럼 자유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도록 명상과 진화에 관한 글을 쓰고 연구하려 합니다.

<이성근 병원장>
○1963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 형주병원 병원장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 ○하버드의대 우울증임상연구원 방문교수 역임


전자신문인터넷 이종민 기자 (jongmin1@etnews.com)